1813년 프랑스 장 르 마로이스(1776~1836) 장군은 나폴레옹(1세) 답신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방어 중인 이탈리아 도시를 더는 사수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편지를 나폴레옹에게 앞서 보냈다. 168㎝인 나폴레옹(단신으로 알려졌지만, 당시로선 중간 키)이 거인처럼 호통쳤다. “…당신은 나에게 ‘가능하지 않다’라고 썼다. 그것은 프랑스어가 아니다.” 이 말이 “내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란 나폴레옹 대표 어록으로 굳었다(물론 프랑스어 사전엔 ‘불가능’이란 단어가 있다). 하지만 1812년 전쟁에서 참패하고 돌아온 나폴레옹이 할 만한 질책은 아니다. 러시아 정복 같은 ‘불가능’을 얼마 전 절감하고도 다른 이에겐 큰소리치는 건 ‘내로남불’이라 할 수밖에.

나폴레옹군이 러시아 강추위 속에서 퇴각하는 장면.

1812년 6월 24일 60만 프랑스 연합군이 러시아로 들이닥쳤다. 러시아군은 15만 명. 러시아군은 대결하지 않고 도망갔다. 러시아 민중이 믿고 택한 쿠투조프 총사령관이 뽑아 든 전술. 그는 욕먹어 가며 전면전은 피하고 ‘인내와 시간’으로 버티는 게릴라전을 펼쳤다. 프랑스군을 러시아 땅에서 쫓아내면 그만이다. 알렉산드르 1세 황제가 “싸우지도 않고 수도 모스크바를 내줄 순 없다”며 응전을 주문했지만, 9월 15일 나폴레옹은 이 도시를 거저 얻었다.

러시아인은 떠나며 속속 불을 질러 14~18일 모스크바가 불탔다. 프랑스군은 군수 물자와 숙영지를 잃었다. 농민이 건초와 귀리를 불태우자 프랑스군은 말 먹이를 확보하지 못해 기동력을 잃었다. 조국(민중) 전쟁이었다. 러시아 혹한과 폭설이라는 절대 강적까지 만났으니 승패는 보나마나였다.

4주 후 프랑스군은 모스크바를 떠났다. 12월 5일 나폴레옹은 본국으로 돌아가고, 잔여 프랑스군은 14일 국경을 넘었다. 이때 생존자가 4만여 명. 56만여 명 병사가 러시아 땅에서 죽거나 사라졌다. 적군 수도를 함락하고도 패전할 수밖에 없는 이 기묘한 전쟁은 나폴레옹 몰락을 당겼고 러시아는 나라를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