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해양대 삼거리 인근에는 신석기시대 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동삼동패총이 있다. 5000년(BC6000~2000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신석기시대 사람이 살았던 곳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패총’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동삼동패총의 발굴조사에서는 엄청난 양의 조개껍데기가 출토되었다.

부산박물관의 동삼동패총 토층전사. 부산박물관 제공

토기그릇 돌도끼 뼈 낚시바늘 등 사람이 만든 물건은 ‘인공 유물’, 사람의 다양한 활동의 결과로 남겨진 굴·전복 껍데기 참돔·사슴·강치뼈 등은 ‘자연 유물’로 분류한다. 자연 유물 중에서도 가장 양이 많은 조개껍데기는 실로 고마운 존재다. 켜켜이 쌓인 조개 껍데기가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우리나라 산성 토양에서는 남을 수 없는 물고기와 짐승 뼈 등이 수천 년간 잘 보존되는 것이다. 이 자연유물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당시 자연 환경과 생업 활동 자원 실태 등을 복원할 수 있다.

동삼동패총의 자연 유물 분석에서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굴과 전복은 길이 15㎝ 이상, 홍합과 백합은 10㎝ 이상이 되는 성체가 주로 확인된 것이다. 또 사슴 노루 멧돼지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성체의 뼈였다. 이 사실을 통해 동삼동패총 사람들이 일부러 다 자란 개체만 사냥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신석기 시대는 인구가 적어서 다 자란 조개나 동물만 잡아먹어도 될 만큼 식량 자원이 풍부하고 안정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개나 동물 서식지에는 성체 뿐만 아니라 어린 개체도 같이 있기 마련인데, 패총에 남겨진 자연유물에는 어린 개체가 거의 없다. 신석기시대 사람이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멀리 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어린 개체들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 아닐까.

구석기 시대는 인간이 자연 환경의 압도적인 힘에 지배당하던 시대였다. 신석기 시대에는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면서 서서히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한반도의 신석기 시대 사람들은 자연과 균형을 이루며 식료자원을 평화롭게 공유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자연을 이용하는 기술이 더 발전하고 잉여 생산물이 생기면서 자원을 둘러싼 인간집단 간의 갈등이 생겼다. 동물을 잡던 화살과 창이 인간을 겨누게 된 것이다.

부산박물관과 동삼동패총전시관에는 동삼동패총의 ‘토층전사(土層傳寫)’가 전시되어 있다. 1999년 발굴조사 당시 조사구역의 토층 단면을 그대로 떼어 온 것이다. 이는 조개껍데기와 동물뼈 토기 등의 퇴적 양상을 관찰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자료다. 현대에는 인간이 자연을 지나치게 이용하고 지배한 결과, 홍수와 한파 바이러스라는 형태로 자연의 공격을 받고 있다. 토층전사 앞에서 자연과 환경을 아끼고 공존하려 했던 신석기 시대의 삶을 되새겨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