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편의 시조] 몰래 카메라 / 손증호



아이는 성능 좋은 몰래 카메라다



어른들의 말과 행실 속속들이 담았다가



저 혼자 되돌려 보고 남모르게 따라하는



1922년 5월 1일, 단군 이래 최초의 ‘어린이날’ 제정은 소파 방정환의 꿈이었다. 1919년 3.1 운동의 실패로 무력감에 빠진 일제강점기 조선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방정환은 조선의 희망과 미래를 어린에게서 찾았다. 일본에 의한 탄압과 중단 등의 위기를 겪다 광복 이후 1946년 우여곡절 끝에 요일에 관계없이 5월 5일로 정한 어린이날의 부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1956년 유엔 총회에서 ‘아동권리선언’이 채택된 11월 20일을 기점으로 서구권 국가 역시 어린이날을 11월 20일로 지정하고 있다. ‘어린이’는 기록상 훈민정음 서문(1446)에 밝힌 ‘어린 백성’의 용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어리다’는 ‘어리석다(愚)’의 뜻에서 17세기 이후 ‘나이가 적다(幼)’로 변화되었다. 근대적 아동인권에 주목한 방정환은 1920년 젠더의 차원을 넘은 거시적 아동에 대한 호명에 대하여 전통적인 ‘어리다’와 존재를 가리키는 ‘이’를 결합함으로써 새롭게 어린이를 정의했다. 미완성에서 홀로서기까지 사랑과 보호로써 반드시 책임지어야할 아동 인권의 문제를 호출해야 한다.

　세상을 오롯이 담아내는 ‘몰래 카메라’는 부조리를 파헤치는 어린이의 맑은 눈이다. 그들의 눈은 사건에 너그럽지 않다. 피아제(Jean Piaget)의 지적과 같이, 어린이는 주변 환경의 탐색과 경험을 통해 ‘저 혼자 되돌려 보고’ ‘남모르게 따라하는’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사고로 상상한 현실을 생산과 조직화 과정을 거치는 어린이의 성장과정을 지며보며, 어른들의 단순한 축소판으로 몰아붙이는 선험적 데이터를 벗어나 미래의 소중한 가치임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비판의 부재와 악화를 옹호해서는 안 되며 어린이를 위한 보다 큰 질서로 편입되는 데서 ‘아빠찬스’와 ‘엄마찬스’는 결코 아이를 위한 카드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어린이에 대한 영웅 만들기는 폐기되어야 한다. ‘어른들의 말과 행실’을 때 묻지 않은 마음 깊은 곳에 ‘속속들이 담’은 어린이는 시나브로 그들의 부모가 걸어 온 길을 변함없이 걸어 갈 따름이다. 안수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