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토박이’ 김종수(73) 씨의 두 번째 단독 저서 ‘방향(芳香)’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번 주의 주요한 책으로 골랐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 호국보훈의 역사에서 무척 소중한 사료를 발굴한 놀라운 이야기가 ‘특종’처럼 들어 있다. 또한 부산시 수영구의 향토사가 새로운 관점에서 폭넓게 잘 정리됐고, 그런 정리 작업을 해낸 수영 토박이 향토사학자의 수영(水營) 사랑이 생생하게 느껴져 지역문화 탐구와 발전의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방향은 좋은 향기를 뜻한다.

부산 수영구 수영사적공원 안에 있는 25 의용단 전경. 수영 25 의용단은 부산의 소중한 호국보훈 유산이다. 이인미 사진. 비온후 제공

‘특종’ 이야기부터 해보자. 김종수 저자는 2021년 첫 저서 ‘정방록을 찾다’를 냈다. 수영의 큰어른이자 애향인었던 선친 김기배 선생의 애향 활동과 수영 향토사를 담은 책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저자는 ‘정방록(旌榜錄)’의 실체를 확인해 세상에 내놓는 개가를 올린다. 정방록은 임진왜란 때 수영 지역에서 왜군에 맞서 항전 활동을 오랜 기간 펼친 수영의 백성 25인(수영 25 의용)의 공적을 조선 조정이 정식으로 조사해서 공인하고 혜택을 주면서 해당 가문에 수여한 국가 공식 서류다. 동래부사 이안눌이 1608년 시작해 이듬해 완료했다.

김종수 씨는 ‘관련 기록은 있으나 실물을 찾을 수 없다’고만 전해지던 ‘정방록’을 , 수영 25 의용의 한 분인 최막내 어른의 15세손 최도선 씨의 집안 족보 속에서 찾아내 ‘정방록을 찾다’(국제신문 2021년 3월 3일 자 2면 등 보도)에 실었다. 이것이 최가정방록이다. 그런데 최가정방록은 원본 그 자체는 아니고 족보 속에 ‘편집’된 형태로 존재했다. ‘정방록을 찾다’를 펴낸 직후 저자는 부산대 수학교육과 김부윤 명예교수의 연락을 받는다.

김부윤 명예교수는 수영 25 의용 가운데 언제나 맨 앞에 모셔지는 김옥계 어른의 자손이었고, 이 집안은 김옥계 어른이 받은 정방록 실물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고 저자에게 알려왔다. 이것이 원본 김가정방록이다. 저자에게 특종 발굴의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저자 자신도 김옥계 어른의 후손인 것까지 알게 됐다. 정방록을 찾아서 온 힘을 기울였는데, 알고 보니 저자 본인도 수영 25 의용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방향’에 이 이야기를 꼼꼼하게 담았다.

이와 함께 ‘방향’에는 조선 시대 가장 큰 군사 도시였고 국경 도시였던 수영 역사를 토박이의 눈길로 정리해 개성 있는 필치로 담아냈다. 여기에 저자의 개인사와 애향의 마음을 담은 이야기를 보탰다. ‘제1호 일반개간허가증’ ‘뚝섬과 독당’ ‘개교 100주년 수영초등학교’ ‘한국 호국보훈의 발상지, 수영’ ‘수영기로회’ ‘수영 상포계’ 등의 글도 흥미롭다. 지역에 관한 사랑을 듬뿍 담은 이런 책은 더 많이, 더 다양하게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