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암(사진) 스님이 정치평론집 ‘루이제 린저의 통일로 가는 길’을 펴냈다. 이 책에서 스님은 좌고우면 없이 개혁과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토해낸다. 스님은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잘 알려졌다.

“보수우파 불교와 진보좌파 불교는 다 필요하다. 다만 부패하고 권력과 유착하며 개인의 탐욕을 위한 행동을 일삼는 파계승과 정치권 승들은 호국안민의 민중불교도, 나라와 불교를 지키는 건강한 보수불교도 아닌 타락한 불교일 뿐이다.” “잘못된 정치권력은 비판받아야 하고 청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게 헌법정신에 맞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종교 역시 부패·타락한다면 그 교단의 내부뿐만 아니라 전 종도 전 신도 전 국민에 의한 비판과 개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 제시한 내용을 현재 상황에 맞게 재삼 강조하던 스님은 이렇게 대안을 말했다. “1994년 시작된 종단개혁이 20년 이상 이어지면서 쇄신은 없고 기득권 승려의 정치판으로 변질됐으나 이 과정에서 젊은 재가 불자들의 전문가 그룹이 양성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종단 공직 공사찰 소임자들은 승속 간에 일정한 보수와 보시를 받되 공직을 남용하거나 왜곡하는 일이 없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 책은 정치와 불교계에 대한 쓴소리와 격려가 가득해 자못 뜨겁다. 동시에 저자의 사유가 선명히 내비치는 대목도 곧잘 만난다. “흰 고양이든 검정고양이든 다르지 않다. 그냥 고양이일 뿐이다. 남전 선사의 가르침대로 ‘고양이가 불성·신성이 있느냐 또는 없느냐’의 시비 분별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인정해주면 된다. 나는 그것이 공존이고 평화라고 믿는다.” 스님은 이렇게 부연했다. “나는 나대로 자유롭고 고양이는 고양이대로 자유롭게 살면 된다. 왜 상대를 인정 못 하나?”

책에 실린 불교문화 관련 글도 흥미롭다. 저자는 1960년 범어사로 입산해 승려가 됐다. 1987년 ‘월간문학’(수필) 1990년 ‘문학세계’(시)로 등단했다. 1980년대 부산을 중심으로 시작해 오랜 세월 한국 민주화에 이바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