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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치기하다 응급실…초보 농사꾼이 된 농부의 딸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 김영화 지음/학이사/1만5000원

  •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9-11 18:42:50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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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여리여리한 레이스 가득한 옷보다 고무줄 바지가 더 잘 어울리고, 흙이 묻어도, 벌레가 옷깃에 붙어도 별것 아니라는 듯 툭툭 털어냅니다. 진드기마저 익숙해졌습니다. 동물들이 싸고 간 똥을 봐도 찌푸리지 않고 거름 생겼다며 좋아하는 여유를 부립니다. 호미 괭이 삽 등 연장 보기를 백화점 명품 보듯 합니다.”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의 저자 김영화 씨. 학이사 제공
농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딸은 도시에서의 삶을 접고 산골로 돌아왔다. “살아계실 때 많이 도와드리고, 많이 배울걸.” 늦은 후회를 하면서 삼년상 치르는 마음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시골에서는 고기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면서요’는 농부의 딸에서 초보 농사꾼으로 거듭난 김영화 씨의 사계절 고군분투 영농기다.

저자는 충북 영동군 황간면 깊은 산골에 살면서, 감 호두 벼농사를 짓는다. 들꽃을 닮은 마음으로 시골의 삶을 사랑하고, 땅의 언어를 글로 옮기는 일을 기쁘게 여긴다. 흙에서 농사도 짓고, 글 농사도 짓는 억척스러운 아가씨 농사꾼이다. ‘환경신문’ 수필 부문 공모전 우수상, CJ문학상 동화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농민신문’ 영농생활수기 공모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한 저자는 ‘내 마음의 풍경’ ‘살맛 나는 이야기’(공저) 등의 수필집도 냈다. 이번 책에는 농업기술센터와 농기계 수리센터를 제집 드나들듯 하고 베테랑 농부인 동네 이웃들의 도움을 받으며 초보 농부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책 제목에 얽힌 이야기를 읽어보자. “시골 생활은 돈 들 게 없잖아요. 고기만 사 먹으면 된다면서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고, 또 생각 없이 하는 말이다. 시골생활을 잘 모르는 도시인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시골도 사람 사는 곳이다. 세금 내고 산다. 땅에다 씨앗을 뿌리려면 돈 주고 씨앗을 구입해야 한다. 거름도 비료도 구입한다. 자기 땅이 없으면 임대료 내고 농사지어야 한다. 무엇하나 거저 얻는 것은 없다.”

이 책은 ‘겉으로 보이는 시골’이 아닌 ‘살아내는 시골’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감나무 가지치기를 하다 나뭇가지에 콧구멍이 찔려 응급실 가고, 농약 살포기가 고장이 나 급한 마음에 바가지로 뿌리다 해충약을 뒤집어쓰고, 밤중에 감을 수확하다 도둑으로 오해받고, 애써 지은 농작물을 멧돼지가 다 파헤치고, 닭장에 침입한 매가 무서워 119를 부르고…. 우당탕탕 시골살이는 버라이어티하다. 예초기가 무서워 헬멧 쓰고 작업하는 저자를 ‘흰색 하이바’라고 사랑으로 놀리는 마을 어르신들의 마음도 따뜻하다.

저자는 먹거리를 만들고 땅에서 계절을 느끼며 정직한 노동으로 삶을 채우는 것의 의미를 다정하고도 단단하게 묻는다. 이 책은 귀농 체험기가 아니다. 도시와 농촌, 부모와 자식, 자연과 사람, 그 사이에서 길을 묻고 답을 찾아가는 한 여성 농부의 인생기다. 읽는 사람의 마음도 알차게 여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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