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의전당·시네포크 함께 참여
- 영진위 지원사업 뽑혀 예비모임
- 공동상영회·멘토링사업 등 추진

부산 영화인들이 모여 지역의 영화문화 활동을 잇는 네트워크 단체를 발족한다. 산발적으로 활동 중인 지역 영화인과 시네필, 기관 등이 모여 공동사업을 통해 협력 체계를 만드는 게 핵심인데, 그간 거대 산업 담론에 빠져 답을 찾지 못했던 영화도시 부산의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독립영화협회(이하 부독협)는 지난 11일 영화의전당, 영화문화협동조합(시네포크)과 네트워크 협의체를 발족하기 위한 예비 모임을 가졌다고 18일 밝혔다.

앞서 이들 3개 단체는 컨소시엄을 꾸려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역영화 네트워크 허브 지원 사업 공모에 지원해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영진위가 2019년 시작한 허브 지원사업은 광역 단체별로 민간 영화 단체 중심의 네트워크 협의체를 꾸리게 해 지역 자생적 영화 문화를 활성화 하는 게 목적이다. 그간 영진위가 서울 중심으로 사업을 해오면서 지역 영화 사업에 관심이 적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영진위의 지역 사업 파트너로서 광역별로 영화 문화 단체를 결성하게 한 것이다. 올해 3년차 사업을 공모했는데, 그간 부산은 다른 도시에 비해 영화 문화 활동 여건이 좋다고 평가돼 지원 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한다. 사업은 매년 진행돼 올해 사업 성과에 따라 내년 추가 지원이 결정된다.

예비 모임에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3개 단체 외에도 대안 상영관을 운영하는 공간나라, 부산영화평론가협회 등의 지역 영화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영화문화 네트워크 발족을 목표로 공동 상영전과 지역 영화인 멘토링 사업 등 2개 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부산에는 시네포크 모퉁이극장 공간나라 등 대안 상영 문화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단체가 활동하는데, 이들이 모여 공동 상영회를 기획하면서 네트워킹 하게 할 계획이다. 또 영화의전당이 주축이 돼 예비영화인 멘토링 사업도 한다. 영화 제작 현장에서 스탭으로 일하며 감독으로 데뷔하지 않은 준프로 영화인들이 손쉽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도록 영화 기술 등과 관련된 전문가를 멘토로 붙여준 뒤 공동 작품을 만들게 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식이다. 영화의전당은 또 영화 제작비나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지역 영화인 풀도 마련해 작품 제작에 필요한 인력 조달 등을 돕는다.

부독협은 영진위로부터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 7000만 원을 받을 예정으로, 앞서 과제들을 마무리한 뒤 최종적으로 오는 11월 부산 영화 문화 네트워크 협의체(가칭)를 발족한다. 공모에 참여한 3개 단체 외에도 모퉁이극장 부산영화평론가협회 공간나라 등의 단체도 끌어들여 다음달께 협의체 발족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결성하고 관련 세미나와 포럼도 연다. 오민욱 부독협 회장은 “지역의 소규모 영화 단체나 창작자의 개별 활동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며 “협의체가 꾸려지면 그간 흩어졌던 영화인과 시민단체 시네필 영화문화단체 등이 모여 목소리를 내고 정책을 제안하는 구심점이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네포크 대표인 동의대 김이석(영화학) 교수는 “그간 부산은 영화 도시 이미지에 맞는 인프라 구축에 애썼다. 그 다음 청사진을 고민해야 하는데, 충무로같은 영화산업을 좇아서는 답이 없다”며 “부산은 대도시지만 여타 광역 도시에 비해 영화 문화 활동이 활발하고 민간 거버넌스 간 협력도 가능하다. 부산영상위원회와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같은, 부산만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