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는 링 위에서 사기꾼이 되어야 하고, 내려오면 신사처럼 행동해야 돼요”

국제신문 ‘고수를 찾아서3’ 취재팀은 최근 부산 부산진구의 한 체육관에서 WBC 라이트 플라이급 전 챔피언 장정구를 만났다. 장 전 챔피언은 우리나라 복싱의 ‘전설’로 불린다. 1981년 ‘MBC 프로 복싱 신인왕전’에서 데뷔 전을 치르며 2년 뒤인 1983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 플라이급 일라리오 사파타(1958~)를 꺾고 세계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이후 1988년 일본의 오하시 히데유키(1965~)에 8라운드 TKO 승을 거두며 타이틀 15차 방어에 성공했다. 통산전적은 42전 38승(17KO) 4패를 기록했다.

이런 업적 덕에 장 전 챔피언은 WBC가 선정한 ‘20세기 위대한 복서 25인’중 한 명으로 뽑혔다. 그는 2014년 WBC가 체급 별 2명에게만 수여하는 ‘팬들이 선정한 위대한 선수’로 라이트 플라이급의 움베르토 곤살레스(1966~)와 함께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고향인 부산 서구에서는 장 씨의 별명을 딴 ‘짱구 쉼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날 장 전 챔피언과의 인터뷰에는 팀매드 김경록(MMA) 선수와 싸이코핏불스 진시준(킥복싱) 선수가 함께했다. 장 씨에게 복싱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 위해서다. 장 전 챔피언은 김경록, 진시준 선수에게 “권투는 자기 스타일만 고집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매일 반복되는 연습을 하되 상대방의 스타일에 맞춰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상대의 복싱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한 뒤 링 위에서 답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다.

	WBC 라이트 플라이급 장정구 전 챔피언이 쉐도우 복싱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이세영기자

김경록, 진시준 선수는 이날 장 전 챔피언 앞에서 쉐도우 복싱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쉐도우 복싱을 본 장 전 챔피언의 반응은 차가웠다. 장 전 챔피언은 “모두 서투르고, (복싱) 감각이 없다”고 혹평 했다. 장 전 챔피언은 두 선수에게 “복싱은 반복 연습이 중요하다. 쉐도우 복싱을 꾸준히 연습해야 링 위에서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했다.

두 선수는 장 전 챔피언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받기 전에 각오를 밝혔다. 김경록 선수는 “다른 선수에 비해 펀치 속도가 느린 게 고민이다. 장 전 챔피언에게 조언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진시준 선수는 “상대에 맞춰 빠르게 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고 했다. 이세영 기자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