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교하게 식물을 표현하는 회화
- 남녀노소 아우르는 취미로 각광
- 초보는 색연필 채색부터 시작을
- 작업집중으로 정서적 안정 도움

카메라가 발명되고 사진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 그림은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실물을 묘사한 그림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사진 같다’가 아닐까. 일찍이 신라 시대 화가인 솔거는 황룡사에 그린 소나무 그림으로 새들까지 진짜 나무로 착각해 날아오게 했고, 유럽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독이 든 식물을 구별하기 위해 그림과 정보를 기록한 식물도감을 만들었다. 이는 식물 세밀화, 꽃 드로잉이라고도 불리는 ‘보타니컬 아트’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보타니컬 아트는 식물을 주제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예술을 총칭한다. 정교하게 식물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향상돼 학생부터 실버세대까지 배우는 연령층이 넓다. 유튜브 등을 참고하며 독학할 수도 있지만, 초기에는 전문가에게 표현법을 배우면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다. ㈔보타니컬문화예술진흥원 옥호정 부산지회장에게 조언을 구했다.

■잎이 크고 단순한 식물부터

	보타니컬문화예술진흥원 옥호정 부산지회장이 색연필로 완성한 동백꽃. 식물 세밀화인 보타니컬 아트는 실제 식물과 같은 정교함과 따뜻한 분위기로,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타니컬문화예술진흥원 제공

보타니컬 아트는 그리고 싶은 식물을 선택하고 스케치북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린 뒤 꼼꼼히 채색해 완성한다. 실제 식물 같은 정교한 모습이 사진처럼 실감 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준다. 현미경으로 확대한 듯 줄기와 잎의 결까지 한 올 한 올 섬세히 표현돼 고도의 미술 실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다행히 그림 실력과는 무관하게 시작할 수 있다. 밑그림을 그리는 게 서툴다면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안에 채색하는 방법을 선택해도 되기 때문이다.

채색 도구는 물감 유화 등 어떤 걸 써도 무방하다. 초보자는 구하기 쉽고 다루기도 편한 색연필을 택하는 걸 추천한다. 색연필은 12색이나 24색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옥 지회장은 “색상이 다양하면 그만큼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굳이 150색 등을 장만할 필요는 없다”며 “선으로 세밀히 결을 표현해야 하므로 색연필을 항상 뾰족하게 깎아 사용하는 것만 주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초보자가 그리기 쉬운 식물은 잎 모양이 비교적 단순한 야자수 잎이나 유칼립투스 등이다. 가시와 잎이 거의 없는 카라꽃이나 청포도 등의 과일도 좋다. 좋아하는 식물의 사진을 참고해도 좋지만 처음에는 해당 식물의 보타니컬 아트 완성본을 보고 따라 그리는 걸 권한다. 옥 지회장은 “완성본을 보면 잎과 색이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됐는지를 알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완성 과정을 번호 순서대로 나열한 것.

■명암 대비로 입체감 살려요

보타니컬 아트의 기초는 ‘선’이다. 초보자들은 처음 보타니컬 아트를 배울 때 직선과 곡선 긋기, 손힘으로 굵기 조절하기 등 선을 표현하는 연습을 거친다. 조금만 집중하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난이도다. 식물의 형태를 백지에 옮기기 막막하다면 밑그림이 그려진 도안을 활용한다. 색은 연한 색부터 진한 색으로 쌓는다. 옥 지회장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진한 색을 먼저 칠하는 경우도 있다.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색을 덧칠해도 어쩐지 그림이 밋밋하다면 명암으로 입체감을 살린다. 식물의 그림자에서 특히 어둡거나 잎이 안쪽으로 말린 부분은 더 진하게 칠하고, 빛이 반사되는 밝은 부분은 연하게 표현하면 그림의 입체감이 확연히 살아난다. 옥 지회장은 “수강생들이 완성한 작품에 명암만 조금 손봐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식물화는 명암 대비가 확실할수록 실감 난다”고 조언했다.

보타니컬 아트의 장점 중 하나는 집중을 통한 정서 안정이다. 식물의 색상을 선택하고, 줄기와 꽃잎 등을 섬세히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잡념이 사라진 자신과 마주한다. 이 과정만으로도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같은 식물을 그려도 개인별 채색과 표현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다르다. 이 또한 미처 몰랐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다. 옥 지회장은 “그림을 그리다가 자신도 몰랐던 식물 취향을 발견하는 사람도 많다”며 “높은 퀄리티가 아니라도 괜찮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정서 함양이나 자기계발 차원에서 시작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는 대상이 식물이라는 점도 당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