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립된 삶 택한 콜센터 상담원 진아役
- 단절의 시대 현대인의 외로움 그려내
- “외향적 성격에 10년간 활발한 연기만
- 변신 위해 건조한 표정·말투 연구했죠”

벌써 10년 차 배우가 된 공승연이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잠재됐던 연기력을 터뜨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배우상과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받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개봉 19일)은 그에게 배우로서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교육지원센터 소회의실에서 만난 공승연은 “내 연기에 스스로 박한 점수를 주곤 했는데, 첫 배우상을 수상해 이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이 된다”고 밝게 말했다.

	첫 장편영화 주연작인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아무하고도 연결되지 않는 삶을 살고자 하는 콜센터 상담원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 그는 이 영화로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었다. 바로엔터테인먼트 제공

공승연의 첫 장편영화 주연작인 ‘혼자 사는 사람들’은 신입사원 수진과 옆집 남자, 그리고 60대 아버지 등과 관계돼 있지만 그들과 관계 맺기를 회피하는 콜센터 상담원 진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혼자만의 삶에 익숙해진 진아 역을 맡은 공승연은 내내 무표정하고 건조한 말투로 차가운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항상 무언가를 보거나 들으며 외로움을 감내하는 모습이 숨겨져 있다. “진아와 저는 교집합이 거의 없다. 연기하기 힘들어서 홍성은 감독님과 미팅을 많이 가졌다. 홍 감독님은 제 연기를 봐왔고, 제 얼굴과 목소리가 진아와 어울린다고 하더라. 저 또한 이전에는 생동감 넘치는 역할을 주로 맡아왔는데, 이번 작품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출연하게 됐다”고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속 진아는 특별한 사건이 있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 연기의 톤을 잡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공승연은 진아에 대해 “홍 감독님을 만나기 전에 진아에 관해 궁금한 점을 질문지로 만들어서 갔다. 진아가 스스로 고립을 택한 이유나 인간관계가 단절된 이유, 영화에 나타나지 않는 진아의 전사 등에 대해 다 답해줘서 진아 캐릭터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며 “진아는 혼자 사는 것을 익혀가는 과정이었고, ‘혼자 잘살고 있어’라고 하면서 사람들을 외면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관계 맺기를 회피하는 진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더쿱 제공

‘혼자 사는 사람들’은 2019년에 촬영했기 때문에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시대에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외로움이나 소외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진아는 정적을 견디지 못하고 길거리에서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집안에서는 TV를 켜 놓는 등 인공적인 빛과 소리에 의지를 많이 한다. “외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영화가 지금 시대에 맞는 것 같다. 혼자 잘 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는 공승연은 “반면 저는 밖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갖고 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은 재충전의 시간이어서 외롭진 않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청소하기, 고양이와 뒹굴기, 드라마 몰아보기 등이 그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진아는 베테랑 콜센터 상담원이라서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했다. 공승연은 “평상시에도 상담원이 말하는 방식을 연습했다. 샤워할 때 연습하면 잘 되더라. 또 걸려오는 홍보 전화 목소리도 유심히 잘 들으려고 했다”며 “홍 감독님은 표정 없는 하이톤의 목소리를 원했다. 하이톤을 내려면 살짝 광대뼈를 올리고 웃어야 하는데, 그 표정을 빼면서 연기하려니 가장 힘들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진아가 진상 고객을 자연스럽게 응대하는 모습을 보면 실제 상담원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는 잘할 수 있는 캐릭터나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선택해서 연기해왔는데, 앞으로는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공승연. 10년 차 배우로서 더 넓고 깊어진 스펙트럼의 연기를 기대해도 좋겠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