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장 벗긴 뒤 밑에 잎·가시 떼내고
- 큰 꽃은 아래로, 작은 꽃은 위로
- 높낮이 달리해야 꽃병 안정감 갖춰
- 색 배치 자신없다면 같은 톤으로

- 매일 물 갈아주고 직사광선 피해야
- 줄기 끝 자주 잘라주면 오래 유지
- 과일은 꽃 노화 불러… 멀리 둬야

얼마 전 어머니 생신에 꽃을 한 다발 선물했다. “아유, 요즘 꽃값도 비싼데 뭐하러” 하면서도 꽃다발을 안은 얼굴에 소녀 같은 미소가 번졌다. 꽃은 주는 이도, 받는 이도 기분 좋게 한다. 화사하게 핀 꽃의 향긋한 내음은 잠시나마 시끄러운 생각을 잊게 하고 적잖은 위로를 준다.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이내 고민은 시작된다. 생기 넘치는 꽃을 오래, 다채롭게 감상하고 싶은데 그대로 꽂아두거나 뒤집어 말리는 것 외엔 방법을 모르겠다. 꽃집에서 곱게 만들어준 꽃다발을 풀자니 자신 없는 손은 미적대기만 한다. 각종 학사 일정과 기념일 등으로 꽃 수요가 많은 봄, 꽃다발 하나를 여러 화병에 나눠 집안 곳곳을 밝힐 수 있는 인테리어 방법을 카페 칙투칙 정하윤 플로리스트의 도움을 받아 연출해봤다.

선물받은 꽃다발을 오래, 다채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여러 화병에 나눠 연출해봤다. 색상 배치에 자신이 없다면 같은 톤끼리 묶거나 가지 중심의 소재들만 따로 꽂아도 세련되게 꾸밀 수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얼굴 큰 꽃은 아래로, 톤만 맞춰도 세련

사전작업=포장을 벗기고 줄기를 한 데 묶은 끈을 풀어준다. 이때 끈 아래쪽 잎과 짓무른 부분은 모두 제거해준다. 줄기는 사선으로 잘라준다. 화병에 꽂을 때 물에 잠기는 높이까지 잎과 가시도 떼어준다. 그래야 부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1. 사용한 꽃=마담굴리아 장미, 라넌큘러스, 유채꽃, 옥스포드 스카비오사, 스위트피, 라그라스. 다양한 색과 크기, 소재(가지 중심 식물)를 섞은 화병은 균형감이 중요하다. 얼굴이 큰 꽃의 줄기는 짧게, 작은 꽃은 길게 잘라 높낮이를 다르게 하면 훨씬 자연스럽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가장 얼굴이 큰 마담굴리아 장미를 아래에 놓고 중심을 잡은 뒤 다홍색 라넌큘러스와 연보라색 올스포드 스카비오사, 스위트피를 단차를 주며 꽂아준다. 꽃이 작은 유채꽃과 강아지풀처럼 생긴 라그라스는 길게 꽂아 화병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이때 화병을 꽉 채우려 하기보다는 중앙은 비우고 꽃들이 옆으로 퍼지도록 연출해 균형감을 줬다. 색상이 풍부하고 보는 즐거움이 있어 거실이나 부엌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에 놓으면 좋다.

2. 사용한 꽃=아네모네, 프리지어, 물망초, 버터플라이, 옥스포드 스카비오사, 어텀 유칼립투스. 색상 배치에 자신이 없다면 같은 톤의 꽃과 소재를 묶어보자. 조잡스럽거나 부담스럽지 않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먼저 꽃다발에서 메인 컬러를 뽑은 뒤 얼굴이 큰 꽃과 가지에 작은 꽃이 여럿 달린 필러플라워(채움꽃)를 적절히 배치해 기존 꽃다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여기선 보라색과 흰색 톤으로 꾸며봤다. 보라색 계열의 아네모네와 프리지어, 옥스포드 스카비오사를 중심으로 흰색 버터플라이와 물망초를 썼다. 이때도 색이 가장 진하고 얼굴이 큰 아네모네를 아래 가운데에 놓고 색이 연한 꽃들을 높낮이를 두고 꽂았다. 빈 공간은 꽃이 작거나 줄기가 가는 물망초와 유칼립투스로 채웠다.

3. 사용한 꽃=조팝나무, 설류화, 버들, 곱슬버들. 꽃을 중심으로 화사하게 게 연출할 수도 있지만, 선이 자유로운 소재들로만 묶어도 멋스러운 화병을 만들 수 있다. 가지 중심의 소재로만 묶을 땐 풍성하게 연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길쭉하고 입구가 좁은 화병이 잘 어울린다. 꽃송이 덩어리가 큰 조팝나무를 아래에 깔고 설류화와 버들로 모양을 만든다. 선이 예쁜 곱슬버들을 길게 꽂아 멋스러움을 더했다. 소재는 한 가지만 단독으로 무심하게 꽂아둬도 분위기를 낼 수 있다. 특히 버들종류는 몇 개월을 놓고 오래 볼 수 있다.

4. 사용한 꽃=꽃양귀비, 라넌큘러스, 어텀 유칼립투스. 포인트 색상을 강조해 화병을 꾸밀 수도 있다. 취향에 따라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개인 공간인 침대 옆 테이블 등에 작게 올려두면 감상하기 좋다. 주황색 꽃양귀비를 메인 색상으로 정했다. 은은한 색의 라넌큘러스와 무늬가 독특한 어텀 유칼립투스를 길이만 다르게 꽂아 작고 심플하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화병으로 연출했다. ‘매력, 매혹’이라는 꽃말처럼 화려한 라넌큘러스는 지금 즐기기 좋은 꽃이다. 이 외에도 봄에 활용하기 좋은 봄꽃으로는 프리지어, 수선화, 튤립, 무스카리, 미모사, 물망초, 아네모네 등이 있다. 봄소재로는 설유화, 산당화, 산수유, 조팝나무, 매화, 벚꽃, 목련 등을 추천한다.

■ 물갈이 땐 가볍게 줄기샤워

꽃은 관리만 잘해도 열흘 이상 싱싱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절화는 야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최대한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게 보관해야 한다. 햇볕을 많이 보여주면 온도 때문에 빨리 시든다.

화병은 매일 깨끗한 물로 교체해주고, 세균이 화병에 남아있으면 다른 건강한 줄기에 옮겨갈 수 있으므로 화병속도 씻어준다. 이때 식물 줄기도 가볍게 샤워해주면 좋다.

물올림이 나쁘면 금방 시들 수 있기 때문에 매일 줄기 끝부분을 사선으로 조금씩 잘라주면 싱싱하게 오래볼 수 있다. 꽃이 고개를 숙였을 때도 줄기 끝을 조금 잘라준다. 완전히 시든 꽃이나 불필요한 잎은 그때그때 제거해야 한다.

또한 과일과 야채에서 나오는 에틸렌가스는 꽃의 노화를 촉진시킨다. 가급적 사과 감 키위 브로콜리 등 야채와 과일 가까이 두지 않도록 한다.


# 잎 뾰족한 식물이 인기, 튤립은 베란다가 적합

■ 집에서 키울만한 식물들

- 봄엔 히야신스 등 구근식물 추천
- 과실수는 병충해 차단에 주의를

튤립 화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식물의 초록빛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관심을 기울일수록 쑥쑥 크는 모습에 식린이(식물+어린이) 식집사(식물+집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살아있는 것을 키운다는 건 무엇이든 책임이 따르기에, ‘나는 스투키도 죽였어’라며 식물 들이기에 주저하는 이들을 위해 가드닝 난이도에 따른 식물 종류와 관리법을 알아봤다.

식물을 고를 땐 화분 놓을 환경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카페 칙투칙 정하윤 플로리스트는 “식물을 키울 땐 햇빛과 통풍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라면 하루 10~12시간 햇빛 쬐일 수 있는 베란다가 있는지, 바람이 잘 통하는 구조인지 등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요즘 아파트에서 관엽식물을 많이 키우는 이유다. 꽃이 달린 식물은 햇빛과 통풍이 중요해서 금세 죽을 수 있다. 허브도 많이 키우는데, 볕이 잘 드는 베란다가 아니면 추천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드라세나 마지나타.

식물도 유행을 탄다. 지난해엔 무늬종이 인기였다면 요즘엔 드라세나, 마지나타, 유카와 같이 잎이 뾰족한 식물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마침 이들은 아파트에서도 무난하게 키우기 좋은 식물이다. 튤립이나 히야신스와 같은 구근식물도 봄에 즐기기 좋다. 싹이 좀 트면 거의 실패 없이 꽃을 보여준다. 늦가을에 심으면 2~3개월 지난 봄에 싹을 올리는데, 최근엔 아파트 베란다에서도 많이들 키운다.

최근엔 홈가드닝에 자신 있는 중급자가 늘면서 집안에선 잘 키우지 않는 과실수도 선호하는 추세다. 선명한 주황색과 초록색이 탐스러워 보이는 레몬라임 등 과실수는 정성 들이는 만큼 열매로 보답한다. 다만 단내 때문에 병충해를 막기가 까다롭다. 아파트에서 키우려면 식물 광합성 조명, 써큘레이터 등 전문 장비가 필요해 보인다.

물주는 시기 때문에 어려워하는 이가 많다. 판매자가 알려주는 대로 꼬박꼬박 물을 주는데도 죽는다고 하소연한다. 정 플로리스트는 식물이 놓이는 환경이 제각각이고, 화분 종류나 계절에 따라 물주는 시기가 달라질 수 있으니 매일매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식물을 데려가면 매일 손가락 한마디 반만큼 살짝 흙을 찔러보세요. 나무젓가락을 활용해도 되고요. 흙 속이 축축하면 놔두고, 퍼슬퍼슬하면 물을 주면 됩니다. 물을 줄 땐 천천히 돌려가며 배수구멍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듬뿍 제대로 줘야 해요.”

화분을 들어 무게감으로 가늠하는 방법도 있다. 화분을 들었을 때 묵직한 느낌 없이 가볍게 들리면 물이 부족하다는 신호다.


◇ 키우기 쉬운 식물

싱고니움, 스킨답서스, 필로덴드론, 몬스테라, 떡갈잎고무나무, 드라세나, 아레카야자, 목베고니아 등

◇ 중급자 이상 추천 식물

칼레데아, 칼라디움, 아카시아, 소코라코, 유칼립투스, 알로카시아, 마오리 소포라, 코로키아, 율마, 로즈마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