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가 40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진정이 접수돼 검찰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사실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고, 며칠 뒤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이다. 검사가 피의자를 압박해 성관계를 가졌다면 기소권을 앞세운 직권남용은 물론 강간 혐의까지 적용할 수 있는 파렴치한 범죄다. 서울고검 부장검사가 9억 원대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지 사흘 만에 이 같은 검사 성추문 사건이 불거진 것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검찰이 어디까지 망가질는지 도리어 국민들이 불안할 지경이다.

이 검사는 수사관도 없는 주말에 검찰청사 안에서 피의자를 불러 조사하다가 성적 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불기소 조건으로 압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합의해 성관계를 맺었다는 게 해당 검사의 주장이다. 검사의 해명이 상식에도 어긋나지만,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명색이 검사가 최소한의 윤리 의식도 없는지 의아할 뿐이다. 장삼이사도 기본적인 사리 분별력만 있다면 수치스러워 하는 일 아닌가.

30대 초반의 로스쿨 출신인 검사는 지난 3월 임용돼 실무 수습 중이었다. 이런 자질을 갖고서 어떻게 검사 임용이 됐는지 검찰의 인사 시스템에 구멍이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서울동부지검 검사장이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는 뜻에서 어제 사의를 표명했지만, 그 정도 선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검찰을 대대적으로 수술해야 할 때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전국 고검장과 검사장급 간부 회의를 열고 검찰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 총장은 대검 중수부 폐지, 상설특검제 도입,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등 현재 제기돼 있는 모든 안들을 백지 상태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외부로부터의 수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것만이 '정치검찰' '뇌물검찰'의 오명을 씻고 진정 국민의 검찰로 다시 태어나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