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발생한 재앙과 고난을 재난(災難 )이라고 한다. 가장 최근에는 사상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에 따른 홍수 피해를 국민은 겪었다. 이를 놓고 치수 정책을 잘못 편 탓에 벌어진 인재라는 말들이 많았지만, 국가의 홍수 재난 대책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반면 바이러스 창궐이라는 재난에는 국가의 대처가 신속한 편이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자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와 여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야권도 대놓고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4차 추경 편성을 통해 ‘국가재난기금’ 조성이 시급하다는 말까지 여권에서 나돈다. 추석 전에 집행한다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4·15총선을 앞두고 결정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정부의 1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21일 재난지원금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취지로 한 박영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의 국회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데, 새삼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당시 모든 세대보다는 일정 소득 기준 이하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정부 계획을 뒤엎고 여당 측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고수해 정치적으로 적지 않은 효과를 본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결국 비난을 감수하고 소득 하위 70%에만 국한하려던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했다. 1차 재난지원금으로 14조 원 가까운 돈이 뿌려져 경제 활력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일선 기초자치단체도 1인당 5만 원선의 재난지원금을 일괄 지급해 내수 경제가 반짝 성장세를 보이고 소득 분배가 개선된 측면이 없지 않다. 딱 거기까지였다.

재난지원금 약발이 떨어지면서 현장 경기는 다시 얼어붙었고, 가정 경제도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 2차 유행이 발발하자 정부와 여당은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코로나19 n차 감염과 맞물려 재난지원금이 2차도 모자라 3차 등으로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현금 뿌리기 식의 재난 극복 방안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n차 재난지원금이 실현된다면 회복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와 시일이 요구되는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는 이미 울렸다. 이번 재난의 쇼크가 이제 시작됐다는 진단이 나오는 엄중한 시기에 정부와 정치권은 땜질식보다는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더 신경을 쏟아주길 바랄 뿐이다.

강춘진 논설위원 choonji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