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 정확하게는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후 집권세력과 윤 총장의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고, 금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과 동시에 두 사람의 사이는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발전(?), 근 1년째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개혁 대상’으로 몰아갔고, 취임 열흘만에 단행한 검사장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모두 잘랐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했다”고 말해 ‘왕조시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윤 총장의 측근과 채널A 기자가 관련된 ‘검언유착’ 의혹은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면서 “검찰총장이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함으로써 팽팽한 대치가 이어졌다. 추 장관은 내친김에 윤 총장의 가족과 측근 등이 관련된 사건 4건에 대해서도 수사지휘권을 발동, 식물총장으로 몰아갔다.
두 사람의 갈등에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라임 전주(錢主)인 김봉현 전 스타모비릴티회장도 등장했다. 김 씨가 옥중에서 “야권 정치인에 대한 로비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자, 추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하고 수사지휘권까지 박탈했다.
감정이 상한 윤 총장에게 국정감사는 더없는 기회였다.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 형식을 빌어 추 장관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말에서 그의 감정이 잘 드러났다. 또 추 장관이 “검찰총장이 야당과 검사 비위를 보고받고도 철저한 수사를 지휘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는 “중상모략”이라고 맞섰다. 그는 “김봉현 씨는 엄청난 중형이 예상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 얘기만 가지고 총장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정말 비상직적”이라고 추 장관을 겨냥했다. “중상모략이라는 단어는 제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는 말에서는 불만의 강도가 느껴지기도 했다.
‘검찰 특수활동비’ 문제를 둘러싼 충돌도 가관이다. 검찰이 월성원전 관련 압수수색을 한 직후인 지난 5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당의원들은 “검찰총장이 자신의 측근이 있는 검찰청에 특활비를 많이 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적게 준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추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추 장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울 중앙지검에는 특활비를 내려보내지 않아 수사팀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어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 처럼 사용한다”고 지적, 이튿날인 6일 곧바로 대검감찰부에 윤 총장의 특활비 배정과 집행관련 내역 보고를 지시했다. 하지만 추 장관의 의혹제기는 대부분 사실과 달랐고, 중앙지검에는 특활비의 16% 가량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수사도 하지 않는 법무부 감찰국이 올해에만도 검찰특활비 10억여 원을 받아쓴 사실이 드러났다. ‘아니면 말고’란 진흙탕싸움이다.
보다못한 정세균 국무총리가 양쪽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윤 총장에게는 “좀 자숙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문했고, 추 장관에게는 “좀 더 점잖고 냉정하면 좋지 않겠나. 사용하는 언어도 좀 더 절제된 언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까지 이르게 된 것은 추 장관이나 윤 총장 어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다.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빌미로 검찰조직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정권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는 지적을 받아왔고, 윤 총장은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스스로 정치권 입문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 윤 총장은 “검찰의 주인은 국민” “살아있는 권력의 비리 엄벌” 등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수시로 내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윤 총장의 가치는 상한가로 치솟았고, 급기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선 지지율 1위에 오르는 것은 절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여야 모두 곤혹스런 표정이다. 윤 총장에 대한 지지는 정부·여당에 반발하는 민심이라고 볼 수 있고, 야당에 대한 불신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현 상황에서 어떤 조치를 하든 윤 총장을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뻔하고,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의 구심점을 빼앗길 위기다. 윤 총장의 급부상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이기도 하다.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두 사람의 볼썽사나운 모습에 국민은 지쳐가고 있다. 이제 누군가 나서 중재하든가 갈등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결국은 임명권자의 몫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에 귀막고 입닫고 있을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중 하나, 아니면 둘다 물러나게 하는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본부 선임기자 thrk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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