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 이라는 병이 참 많다. 흔하게는 신경성 위염, 역류성 식도염 등의 소화기 질환에서부터 두통, 손발 저림, 떨림, 가슴 답답함, 메스꺼움, 생리통까지 신경성 질환의 종류는 다양하다. 검사를 하면 문제가 없는데 일상생활에서는 참 불편한 이 병들, 해결이 쉽지 않다.

	그림 서상균

왜? 마음의 고통이 신체로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대신에 몸이 아파하는 그런 상황이다. 이런 신경성 질환이 잘 낫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음은 아주 오랫동안 불편한 상황에 있거나 혹은 엄청나게 큰 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아프기 쉽다. 바꾸기 어려운 가정, 직장 등의 환경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신경성 질환이 찾아온다. 그래서 환경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병은 계속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성 질환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 하나를 소개하겠다. ‘명상(冥想)’이다. 명상하면 눈 감고 잔잔한 음악 들으면서 조용한 공간에 앉아있는 이미지가 떠오르기 쉽다. 그런데 넓게 보면 명상은 ‘내 마음을 현재로 가져다 두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이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대부분 화장실에 간다. 그런데 화장실에서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분은 얼마나 계실까. 머리를 감을 때 손끝이 두피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고 변기에 앉아서는 장의 움직임에 집중한다. 아침을 먹을 때는 음식의 맛을 곰곰이 느끼고, 출근할 때는 걸음마다 느껴지는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한다. 지하철에 앉아서는 눈을 감고 들리는 모든 소리에 집중해보고, 모닝커피의 풍부한 향미와 목을 타고 내려가는 그 느낌에 집중해 본다. 무심코 이루어지던 행동과 감각에 내 주의를 최대한 기울여보는 것, 마치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처럼 일상을 새롭게 느껴보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구멍 난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우리의 뇌는 매 순간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집중해야 하는 순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는 데 익숙하다.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습관적인 걱정으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밥을 먹을 때도 뇌의 일부분은 다른 곳에 소모되고 있으니 소화력이 떨어진다. 뇌가 저절로 처리하는 자율신경계 영역의 기능들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엔 밥을 먹을 때나 운전을 할 때도 휴대폰에 주의를 빼앗기니 에너지의 소모는 더 심해졌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불필요한 생각들이 신체의 활력을 저하시키고 신경성 질환을 일으킨다. 불필요한 생각의 대부분은 과거에 대한 후회 혹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다.

지금 이 순간에 오롯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야말로 명상의 시작이자 신경성 질환의 해결책이다. 현재에 집중하는 일상 속 명상을 통해 소화, 배변 및 여러 가지 자율신경계의 기능을 정상화시키면 신경성 질환은 반드시 좋아진다. 더 나아가 하루10분이라도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한다면 신경성 질환의 호전 뿐만 아니라 일상 속 기분의 평온까지 누려볼 수 있다. 간단한 명상법은 블로그와 유튜브에 아주 많으니 어떤 것이라도 따라 해 보면 된다. 일단 하는 것이 중요하지 방법은 그 다음이다. 비싼 등산복을 사기 전에 동네 뒷산이라도 올라보는 것이 먼저이듯.

치료 역시 마찬가지다. 치료에 양방 한방이 따로 없다. 내 마음이 내키는 곳에 먼저 다녀보는 것이 좋다. 가깝고 자주 다니기 좋은 곳, 혹은 나와 잘 맞는 편안한 원장님이 있는 곳에 가면 된다. 내과도 좋고 신경과도 좋고 정신건강의학과도 좋다. 동네마다 있는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뜸 치료를 받는 것 역시 아주 좋다. 방법을 걱정할 시간에 그냥 해보자.

글을 다 쓰고 나니 문득 이 말이 떠오른다. ‘걱정을 한다고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네.’ 누가 한 말인지 명언이다. 2021년은 명상과 함께 신경성 질환 Bye~ Bye~!

김영호 한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