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시작되었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한국에 퍼져나가기 시작해 겨울방학이 끝나고도 개학을 하지 못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이후로 등교 개학을 연기하고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가는 등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은 온전하지 못하다.

이번 방학 때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사립초등학교 등교 일수가 공립초등학교의 4배 가까이나 되고, 사교육 의존도는 점점 늘어나 전국의 학원과 교습소 폐업률은 급감하는 반면 아이들의 무기력이나 우울감은 커지는 이 어려운 시절을 새해에는 어떻게 헤쳐갈 수 있을까.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로 가장 많을 때는 전 세계 학생의 약 85%인 14억8000명이 학교에 가지 못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환한 곳들도 있었지만, 사회적 기반이 없어 학업이 완전히 중단된 지역도 많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더라도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탓에 교육적 효과에 아쉬움이 많았던 곳도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살아가기를 요청하는 오늘날,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만났다. 독일 감독 시그리드 클라우스만(Sigrid Klausmann)의 ‘199명의 작은 영웅들’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이다.

우리나라에는 EBS국제다큐영화제에 ‘학교 가는 길’이라고 소개된 바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집과 학교라는 두 장소가 전 세계 9~12세 아이들에게 주는 의미를 그들의 목소리로 직접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영상 속의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꿨다. 그 꿈의 형태는 아이들마다 다양했지만, 자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고 실천하는 힘을 기르는 곳, 사회와 세계에 갖고 있는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곳,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행복한 시간을 만드는 곳이 바로 학교임을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두 공간인 집과 학교를 잇는 그 길 위에서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교육의 뜻을 찾고자 했던 감독에게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교육의 본질적인 의미란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그래서 인디고 서원에서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그녀를 초청했고, 80여 명의 참여자가 함께했다. 시그리드 클라우스만은 “코로나19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줍니다. 무엇이 교육의 정신이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교육이란 무엇인지 말이지요. 코로나19는 우리가 이제까지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 발견하게 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마음과 영혼의 교육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이지요”라고 말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분명 있고, 그것은 바로 내 주변의 사람들, 공동체, 국가, 자연이라는 것을 코로나19가 상기해줬다고 덧붙였다.

학교는 집이라는 공간을 떠나 제일 먼저 만나는 세계다. 집은 대부분의 아이에게 가장 안전한 공간일 것이고, 학교에 간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모험이다. 그리고 학교에 간다는 것은 아이에게 또 다른 안전한 공간의 확장이어야 한다. 집과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장 소중한 공간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라는 사람이 탄생하는 곳이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공간이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 아이들에게 이러한 의미에서 집과 학교가 없다면, 그것은 너무나 거대한 슬픔이고 고통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은 이유, 자살이 10년째 청소년 사망원인 1위인 이유, 자해하는 청소년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 모두 집과 학교에 있는 것 아닐까.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아이들은 다른 세계로 나아갈 힘은커녕 스스로를 사랑할 힘이 없다.

시그리드 클라우스만은 대화 내내 “느긋해지세요(Relax)”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수호자가 되어주라고 부탁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집 학교 사회 세계를 주기 위해 우리 역시 ‘릴랙스’하며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았다면, 뉴스에서 보도되는 참혹한 폭력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뉴스에 보도조차 되지 않는 무수히 많은 고통에 이토록 무감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2021년에는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이 새로운 사회와 시대를 열어갈 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릴랙스하며 삶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내는 수호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 노력이야말로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백신 개발일 것 같다.

이윤영 인디고잉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