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발족한 이래 4반 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양자원 개발 및 해양과학기술진흥, 해운업육성 및 항만의 건설, 운영, 수산자원관리, 수산업 진흥 및 어촌 개발, 선박·선원의 관리, 해양안전, 해양환경 보전 및 연안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래, 폐지와 부활, 세월호 사고와 같은 우여곡절과 가슴 아픈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의 바다를 지키고, 해운 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시행해 오고 있다.
지난 25년을 돌아보면, 해양수산부가 좀 더 굳건히 자리매김하고 국민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추구하는 가치관이 정책에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야 할 것 같다. 정부의 정책수립과 실행은 여건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절대 불가침의 영역은 아니지만, 정책 간에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분명해야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책을 신뢰하고 이에 따른 계획과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연말부터 미주항로와 유럽항로의 컨테이너 운임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선복과 컨테이너를 확보하지 못해 수출에 지장을 주고 있어서, 국적선이라도 확보해 주지 못하는 해수부에 대한 원성이 높아졌다. 부랴부랴 해수부는 2021년 정책 1순위로 2021년 신규 선복량의 45%를 중소·중견기업에 우선제공하고, 미주 항로에 8000 TEU 급 임시선박 매월 2척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2016년 한진해운 사태 당시 대형선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무역국가인 우리나라에 큰 위기가 올 것이라는 주장과 해운동맹에 가입할 수 있는 대형선사를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 해운이 모두 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난무하다가 결국 현대상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신조선 건조를 지원해 주면서 해운동맹 가입도 성사시킨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다. 무역활성화와 비상시 운송수단의 확보 등과 같은 전통적인 해운의 기능은 오늘날과 같은 개방경제시대에는 다소 정확한 설명은 되지 못하는 듯하다. 대형국적선사를 확보해서 글로벌얼라이언스(해운동맹)에 편입시키는 것은 이러한 국적선사를 경쟁력 있는 해운기업으로 성장시킬 수는 있지만, 해운동맹의 규범 속에서 선사가 운영되기 때문에 선적국의 사정에 의해서 수시로 선복의 일부를 우선 제공하는 등의 행위는 국제적 공정경쟁의 원칙을 벗어나게 될 우려가 있다. 반면, 정부 주도로 국적선사를 지원하고 국가가 필요로 할 때 선복 우선제공 등의 편의를 제공하게 한다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선사로 성장하기에는 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국의 무역 등 산업 보호를 위해 해운업을 지원하는 것과 국제적 경쟁력 있는 해운업 육성 사이에서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또 수년 전의 일이지만 세계 1위에서 3위의 컨테이너 선사가 기업결합형태의 글로벌 얼라이언스(3 PM)를 구성하겠다고 한 적이 있다. 우리 해운계에서는 3 PM의 국내 영업 허용 시 국적선사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하여 이를 막아달라는 주장을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항만운영정책은 환적화물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었기 때문에 3 PM의 독과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항만정책은 해운정책과 직접 연계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국내 수출입 산업의 지원산업과 항만산업의 경쟁력 중 어디에 정책의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 결국, 국적선사 보호정책이 우선이냐 환적화물유치정책이 우선이냐가 충돌한 경우인데, 이 당시에도 우리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가 중국 항만당국이 독과점을 문제 삼아 3 PM의 자국 입항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해결된 적이 있다.
지난 25년간 해수부는 무너져 가는 해운산업을 지탱해 주고, 항만시설의 대대적 확충을 이루는 등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로 직접적인 재정지원 등에 치중함으로써 백년을 내다보는 정책의 기본 방향 설정에는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4반 세기를 맞이하는 2021년은 해양수산행정에 있어서도 정책의 최우선 순위와 기본 방향이 설정되고, 이를 보완하는 세부적인 정책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마련되는 원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정영석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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