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내각’, ‘순장조’, ‘회전문 개각’….

지난 20일 단행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을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지난달 4일과 30일에 이어 한 달 반 사이에 세 차례 단행된 인사에서 친문(친 문재인) 핵심 의원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5개월 정도 남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두 사람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은 있을 수 있겠지만, 사실상 마지막 개각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전문가보다는 정치인, 그중에서도 친문 핵심인사를 중용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는데 무게를 실었다. 특히 ‘부엉이 모임’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부엉이 모임은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문 대통령을 지키는 모임’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과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의원 15명이 지난 2017년 결성했지만, ‘계파정치’ 비난이 제기되면서 1년여 만에 자진 해체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민주주의 4.0’으로 사실상 확대 재편됐다. 부엉이 모임에서는 원내대표(홍영표 의원)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종환 의원)을 배출했고, 지난달 초부터 단행된 일련의 개각에서 모임 좌장격인 전해철 의원은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행정안전부 장관에 올랐으며, 간사인 황희 의원은 정부대변인 역할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범계 의원은 법무부 장관, 권칠승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발탁됐다. 부엉이 모임의 여권내 위상이 확인된 셈이다.특히 황희 의원의 경우 도시공학을 전공했고, 국회에서도 국토교통위와 국방위원회에서 활동해 문화체육관광계 관련 경력은 거의 없다. 전문성보다는 친문 핵심이라는 배경이 우선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까지 포함하면 국무총리를 제외한 18명의 장관 3분의 1인 6명이나 현역 의원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도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여기에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를 합치면 내각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완벽한 친정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임기 후반기 들어서 이처럼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레임덕을 방지하고, 기강을 다잡는다는 측면에서 이해를 못할 바도 아니다. 또 인사청문회 등을 고려해 현직 의원을 중용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인사풀이 협소하다는 지적도 이 시점에서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내 사람’들만 모여있다 보면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으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대화에서는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설령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어갈 개연성이 높고, 지금처럼 거대 여당 체제에서 이는 ‘오만’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대통령 측근들의 최근 정제되지 못한 발언들이 그 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감사원의 에너지 정책 수립과정의 적법성 여부 감사 착수를 비난하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해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면서 ‘집 지키는 개’에 비유했다. 감사원 감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른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전직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감정적인 표현으로 헌법기관을 흔드는 듯한 발언을 던지는 것이 과연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까.

문 대통령의 국회 보좌관 출신으로 청와대 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도 감사원장을 겨냥해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아무리 실세라고 하더라도 일개 의원이 할 말은 아닌 듯하다.

다행히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감사원의 감사가 정치적 목적에서 실시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감사원 감사 등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하면서 일단락됐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지난번 법무부와 검찰의 충돌에 이어 이번에는 여당과 감사원이 충돌할 뻔했다.

이제 곧 임기 말로 넘어가는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사람은 힘을 과시하는 실세들이 아니라, ‘쓴 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다.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은 어떨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만 놓고 본다면 대통령 곁에서 듣기 싫은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세 차례에 걸친 인사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있지만 하산(下山)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충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포함됐다면 잘 된 인사라고 평가하고 싶다.

집권 초반에는 용기있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지만, 임기가 흐를수록 입바른 소리를 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들의 한결같은 소회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지금 ‘측근’들에 둘러싸여 있음에도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선임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