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해양수산부가 출범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해양강국의 기치를 내걸고 탄생한 해수부는 과연 ‘존재의 이유’에 명쾌하게 답을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을 실현해야 할 필요성은 있으며, 또한 가능한 일인가?

먼저 해양강국의 개념을 정의하면 해양산업이나 해양정책, 해양활동 등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행복 여가 소득 등 국민생활에 도움을 주고, 국제사회의 평화에 기여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신해양강국’이 논의되고 있는데, 미래 성장가능성이 높은 해양자원·에너지·플랜트,바이오, 해양레저관광, 기후변화 등 해양수산 신산업을 통해 해양강국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신해양강국이 되어야 하는가. 글로벌 환경변화를 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기후조절자로서, 자원의 보고로서 해양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도국가 숙명론을 극복하고 바다와 대륙을 동시에 진출하는 해륙동반진출론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신해양강국의 필요성이 있다.

신해양강국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산업적·경제적 측면에서 해운 항만 수산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무역 중심국가로서 해양을 통한 통상활동에서도 탁월한 강점을 갖고 있다.

신해양강국을 이끌어가는 거버넌스는 어떠해야 할까. 우리나라 해양수산부의 역사는 분산과 통합이 반복되고 폐지와 부활이 이어진 역사를 가지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 당시 수산청과 해운항만청 등 13개 기관에 분산 수행돼 오던 기능을 통합하여 해양수산부를 신설했다. 이후 폐지 위기를 거쳐 조직이 여러 차례 개편되는 과정을 거쳤고 이명박 정부 때는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 때 다시 부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신해양강국을 향한 해양수산부의 역할은 지대하다. 먼저 해양수산부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 해양수산의 핵심정책을 행정부 수반이 직접 참여해서 국가 아젠다로 추진하고,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위원회 직속의 해양수산위원회를 설립하고, 청와대에 해양수산비서관 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또한 국민적 지지를 제고하기 위해 해양수산을 국가 아젠다로 구축하고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현재 산업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해양정책이 국민의 생활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면적 역할, 생활친화형 역할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지역과 상생하는 조직 및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 부산을 ‘해양특별수도’로 지정하여 해양강국의 랜드마크 모델로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행 해양혁신도시에서 해양행정과 해양산업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해양특별수도로 발전시키고, 해양수산부, 해양 관련 기관을 부산에 이전하는 등 명실상부한 해양의 허브도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신해양강국의 전략을 수립하고 집행하면서 경계할 점은 ‘해양’에 온전히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해운시장을 보자. 세계적 선사들은 이미 해상을 넘어 육상물류 항공운송 철도운송 등 종합물류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선복확대 등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실현했다면 이제는 물류와 유통의 모든 분야로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계 1위의 선사인 머스크는 인도와 미국에서 디지털 포워딩 스타트업 ‘블랙벅’과 ‘로드스마트’에 투자하고 창고 및 수·배송 전문업체 ‘퍼포먼스 팀’을 5억4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춘 영국 반품물류 스타트업 ‘지그재그’에도 투자를 마쳤다. CMA-CGM과 코스코(COSCO) 등도 물류업체를 앞 다퉈 인수하고 있다.

해운산업에서는 이미 ‘해양’을 넘어서고 경계를 허무는 ‘통합물류’ 바람이 불고 있다. 신해양강국을 추구하는 해양수산부가 ‘해양’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해양수산부가 ‘해양’에만 지나치게 몰입되면 오히려 해양산업의 성장과 변화를 막아서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는 ‘초해양(beyond ocean)’에 눈을 돌려야 한다. 현재 해운 항만 수산 해양환경 등에 한정된 행정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물류는 물론 기후 조선 등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를 포함한 ‘초해양’ 부처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양력’을 주창한 알프레드 마한의 ‘마하니즘’이 앞으로는 ‘초해양력’을 강조하는 ‘포스트 마하니즘’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점이다.

평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