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자흐스탄 환자가 100일 된 딸을 안고 남편과 통역관과 함께 감사 인사를 전하러 병원에 찾아왔다. 38세인 그녀는 난소나이가 40대 중반이어서 배란장애가 있었다. 남편은 고환 내 정자 채취술을 시도했지만 정자가 없었다. 난자를 채취한 후 본원의 정자은행에 있는 정자를 이용하여 시험관아기 시술을 했다. 40대 중반 난소기능 저하증 부인의 난소에서 나온 난자를 여러 번 모아서 얻은 3개의 수정란을 냉동배아 이식을 해 겨우 임신이 됐다.

	그림=서상균 기자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 정자와 부인 난자를 이용하여 임신된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10개월 동안 자랐다. 며칠 전에 레즈비언 부부가 아기를 원하여 병원을 방문했다. 여성인 남편과 여성인 부인이 임신을 원한다면 비배우자 정자를 이용한 시험관아기로 아기를 가질 수 있다. 이 경우도 여자인 엄마의 배 안에서 태아는 10개월 동안 자란 후에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아기가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면 가족관계는 어떻게 될까.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정부기관이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LGBTQ 같은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LGBTQ란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성정체성에 갈등하는 사람(Queer)을 의미한다. 나의 의학적인 신체구조는 남자이지만 내가 여자로 생각하면 여자 화장실에 가도 괜찮다는 뜻인가, 내 생각에 따라서 오늘은 여자가 되고 내일은 남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지금까지의 세대는 전통적인 조상이 있었고 부모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양한 종류의 가족이 생길 수 있다. 최근에 독신 여자가 자식을 갖기 위해 다른 사람의 정자를 받아서 임신한 경우가 있었다. 향후에는 혼자 사는 독신 남자가 자식을 원할 경우에 다른 사람의 난자를 제공받아서 아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978년에 정자 난자를 몸 밖의 체외에서 수정시켜 영국에서 최초로 시험관 아기가 탄생하였다. 43년 전인 그 당시에는 시험관아기 임신이 세계적인 뉴스였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난임 시술이 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의학이 발전되어서 태아가 엄마 뱃속이 아니고 인공자궁에서 10개월 자란 뒤 태어난다면 향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최근에 딸을 분만한 산부인과 여의사에게 다음과 같이 물어 봤다. “앞으로 인공자궁이 개발되면 내 배에서 키울 건가, 아니면 인공자궁에서 키울 건가요.” “인공 자궁에서요.”

10개월간의 임신과정과 분만할 때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고민하지 않고 인공자궁에서 아기를 키우고 싶다고 얘기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나 독신남녀가 아기를 원할 경우에 다른 사람의 정자 난자를 공여받은 후 인공자궁에서 아기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싱글 몰트를 조합하여 취향에 맞는 다양한 위스키를 브랜딩한다. 예술가적인 재능을 가진 아기를 원한다면 정자 난자의 유전자를 조합시켜서 얻어진 수정란을 인공자궁에서 10개월간 키워서 아기를 낳게하면 된다. 공장에서 제품 생산되듯이 필요한 재능과 지능을 가진 아기가 수요와 주문에 맞추어서 공장에서 생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일반적인 가족에서 다양한 가족과 혈연관계가 생겨날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태어난 아기의 부모는 누구이며 나의 가족은 누구이고 나의 형제는 누구인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의 양육과 교육은 누가 책임지고 해줄 것인가, 과연 나는 누구인가.

빅토르 위고가 쓴 레미제라블 뮤지컬에서 나온 ‘Who am I’의 가사가 생각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24601번 장발장이다.”

세화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