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자치경찰! 지방자치 부활 30년 만에, 자치경찰 논의가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자치경찰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7월 1일부터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공식 출발한다.

자치경찰 도입 과정을 살펴보자. 김대중 정부에서 광역시·도 단위 도입 논의가 시작되어 이후 역대 정부에서 시·군·구 단위 도입 논의로 이어졌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때는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됐지만 무산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 들어서 다시 광역시도 단위 실시를 공약, 닻을 올리게 된 것이다.

자치경찰? 왜 하는 거지? 무엇이 달라지지? 대부분의 시민이 갖는 의문일 테다. 사실 우리나라의 치안수준은 세계적으로 아주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도 현재의 단일 국가경찰 체계에서 자치경찰을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방자치·지방분권에 걸맞은 지역특성 반영과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강화이고 둘째,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에 따라 확대되는 경찰권의 분산, 즉 권력기관 민주화의 일환이다.

그래서 현 정부에서 애초에 도입하기로 한 자치경찰제도는 국가경찰과 구분되는 시·도 산하의 독립조직에 역할도 상당히 독립적인 구조였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이 별도로 존재하는 이원화 방안으로 2006년부터 실시 중인 제주도의 자치경찰제를 대폭 확대,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관련 법안도 2019년 3월, 의원발의 형식으로 제출되어 2020년부터 5개 시·도에서 시범실시에 들어갈 실무준비를 거의 완료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국가경찰 조직 안에 자치경찰 관련 부서를 두고 기존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일원화 방안으로 급작스럽게 변경, 입법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재정문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조속한 시행 등이 배경이었지만 시·도와 지방의회, 시민사회, 학계 등은 물론이고 경찰내부에서 조차 이원화 방안 시행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지만 일단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문제는 일원화 자치경찰 시행과정에서 드러날 한계를 솔직하게 수용하고 시·도와 경찰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명실상부 독립된 자치경찰로 발전해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조례제정 과정에서 두 기관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도에서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자치경찰을 지휘, 감독하는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해 안전, 교통 등 주민생활 관련 업무의 일반행정 연계성 확대를 모색할 것이다. 그런데 경찰 입장에서는 자치경찰 업무를 수행하지만 국가경찰 조직 안에 있는 체계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 등 주민복지 행정 관련 업무 등의 전가를 경계하고 있다. 인사권도 혼선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따라서 시·도와 경찰이 상호 기대수준과 요구범위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치경찰위원회의 적절한 조정, 조율 역량이 필수적이다. 여기서 시장·도지사 시의회 교육청 등에서 추천, 시장·도지사가 임명하는 7명의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특히 정무직 1급, 2급으로 상근하는 위원장과 상임위원(사무국장 역할)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벌써 시장·도지사가 직접 추천, 임명하는 위원장에 정치적 측근인사 낙점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다음 달 7일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산시는 더욱 자치경찰 시행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래도 시정 업무의 연속성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역시 제도적 한계를 지니고 첫 출발하는 자치경찰제의 연착륙은 가장 우선적인 시정이 아니겠는가.

시민이 체감하는 좀 더 친숙한 자치경찰을 위해 상의제복의 색깔이나 일부 디자인을 다르게 하는 방안 등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아쉬운 자치‘경찰’에서 실질적인 ‘자치’경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시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있지 않겠는가.

지방분권전국회의 상임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