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이에 따른 경제 봉쇄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속되는 위기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로 규정했고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로 역성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기회 또한 우리에게 와 있다. 인류 역사를 통해 위기가 기회임을 얼마나 많이 배워왔던가. 세계적인 경영 석학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는 그의 저서 ‘2030축의 전환’에서 파격적 통찰력으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새로운 세상이 왔음을 설파했다. 8개의 변화 축으로 10년 후 지금의 세상은 없다고 예견했다. 축의 대전환시대 부산에 어떤 기회가 올까.

변화된 패러다임은 도시 성장에 큰 도전 과제를 던져 줄 것이다. 대격변 속에 도시의 최고경영자인 부산시장의 리더십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

다음 달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중장기적 비전과 변혁적 새 지도자의 리더십을 상상하며 조선 후기의 개혁군주였던 정조의 드라마틱한 삶 속에 빛나는 리더십 중 몇가지를 정리해보았다.

정조는 비운에 간 사도세자의 아들이었지만 문무를 겸비하고 비극적인 개인 삶을 뛰어넘어 훌륭한 군주가 되었다. 혁신적 군주로 문예부흥과 산업개혁을 이끌었다.

무엇보다도 정조대왕의 업적은 신분 콤플렉스를 가진 할아버지의 반쪽짜리 탕평, 역적의 아들, 평생토록 느낀 암살의 위협 등 최악의 근무환경 속에서 피워낸 리더십이었다.

정조는 신궁이었다. 50발을 쏘면 49발을 명중시키고 마지막 1발은 과녁을 향해 쏘지 않고 허공으로 날리곤 했다고 한다. 50발을 모두 명중시킬 수 있었으나 스스로 겸손하기 위해 마지막 한 발을 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 이후 자신에 대한 반대 세력들의 온갖 음모와 폐출 위기를 겪었고, 나아가 국왕이 된 후에도 존현각 시해 기도 사건 등 숱한 죽음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정조가 당대 개혁군주로서 한 시대를 이끌고, 현재까지 우리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받는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던 특별한 리더십과 정치적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상공업과 농업은 물론 음악과 과학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명분을 충분히 마련하고 수많은 개혁정책을 추진했다. 이어 활자문화, 훈민정음 활성화, 음악, 미술 등 조선의 진경문화시대를 열었다. 정조는 엄청난 독서를 통해 지식을 넓혔다. 자신이 주도하는 분야에 확고하고 뛰어난 지식을 쌓았다.

차기 시장도 정조처럼 자신의 정통성과 리더십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 공부를 바탕으로 우위에 서야 한다. 정조는 모든 말과 행동에 있어 매사 신중하고, 늘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정조는 소통을 중요시했고, 군신공치를 내세우며 신하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했다. 정조는 만인지상 외로운 자리임에도 군신동행으로 소통을 잘했다.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리더는 생명력이 짧은 것은 시대 불변의 진리인 듯하다.

신분을 초월해 인재를 등용한 정조의 리더십에는 기립박수가 나온다. 백성들과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다. 정조가 능력 있는 인재를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발탁했듯이 사사로운 인연으로만 사람을 선발하지 말고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이를 뽑아 부산을 위해 일하게 했으면 한다. 좋은 인재를 적극 찾아 선진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리더들이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는데 중요한 숙원사업은 시기를 놓치면 국가든 도시든 발전할 수 없다.

올해 유치제안서를 국제사회에 낼 2030부산월드엑스포는 6개월의 행사 기간 약 600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이 부산을 방문하고, 61조 원에 이르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 인류 역사상 획을 그어온 글로벌 메가 행사이다. 세계에 알려질 도시브랜딩 효과는 돈으로 환산할수 없다.

엑스포 유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완성된 가덕신공항은 선결요건이다. 2030월드엑스포와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다. 가덕신공항은 지역 마이스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기회이다. 그래서 이는 새로운 시장의 중차대한 과업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인류의 역사를 바꾼다. 리더가 창의적 사고를 통해 부산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리더들에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초심을 잃는 것이다. 부산시장이라면 정조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위기 속에 대전환의 기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강건한 시장, 인간적인 모습, 포용의 정치, 진경문화시대를 열어주길 바란다. 정조처럼 따뜻하고, 정조처럼 과감하게.

한국PCO협회 회장·㈜리컨벤션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