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기억의 4월이 돌아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이후, 해난사고에 대한 성찰과 함께 다양한 대책이 수립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바다에서 두 번 다시 여객선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혁이 이루어졌는가는 의문이다. 당시 정부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위해 그해 9월 2일 연안 여객선 공영제 도입검토 방안을 포함한 연안여객선 안전관리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공영제를 도입하면 연안여객선이 공공교통이 가져야 하는 기본성격인 안전성 쾌적성 신속성 안정성 등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거나 담보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연안여객선을 공공교통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보지 않았다. 따라서 공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연안여객교통을 버스나 철도와 같은 공공교통으로 취급하겠다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지금부터 연안여객선을 해운업의 시점에서 더 나아가 공공교통, 이른바 대중교통의 관점에서 보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공영제가 연안여객선 교통의 공공교통성 확보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공영제 도입에 필자는 적극 찬성했다. 그러나 그 뒤로는 연안여객 교통공영제가 제대로 진척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연안여객선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서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문화추구권이라는 헌법상의 권리행사를 위해 필요한 공공교통의 인프라이다. 연안여객선에 대해 미국 덴마크 영국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연안여객선의 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공공교통정책의 일환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책임지고 도서항로의 유지 및 이용자편의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고 국가는 손실항로에 대해서 보조를 실시하는 우리와 유사한 형태를 가진 일본이나 그리스 등도 우리와는 달리 국가공공교통계획 수립시에 연안여객선이 포함되며 민간사업자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포기하는 항로를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

공영제의 형태는 정부가 여객선운항업자에게 독점적인 운항권리를 일시적으로 인정하는 낮은 단계의 항로입찰제부터, 버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운행손실을 지자체가 보조하는 것과 같은 준공영제, 높은 수준의 완전공영제까지 다양하다. 이미 우리 연안여객선교통은 일부 보조항로를 중심으로 손실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가 실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전면적인 공영제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연안여객선은 육상의 철도나 도로와는 달리 수송수단으로서의 모드(MODE)와 도로와 같은 링크(LINK)를 선박이 겸하고 있기 때문에, 고속도로 건설을 정부가 책임지듯 선박구입이나 유지를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져야 한다. 이것을 민간업자가 상업적 차원에서 알아서 배를 확보하고 운영하게 한다면 제2의 세월호는 막을 수 없고 굳이 공영제를 도입한다고 정부가 주장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연안여객선의 공영제는 세계적인 흐름이고 어떤 공영제를 실시하느냐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지만 덴마크의 ‘반관반민(半官半民)’형태의 공영제 실시를 제안한다. 덴마크는 선박소유와 운영을 분리하여 공영의 선박보유회사와 지역별 또는 항로별 운영회사로 소유와 운영을 분리한 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전액을 출자한 선박보유회사를 설립하고 소유선박을 선박운영회사에 임대해 운영하게 하는 행태이다. 지자체가 설립한 지방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선박운항사업자의 선박구입에 따른 초기부담을 덜어 주고, 이용자에게는 보다 쾌적한 교통수단을 제공한다.

덴마크 정부는 운항사업자와 5~6년간의 중기계약을 맺고 운영선사와의 계약을 평가할 때, 운임이 평가기준의 4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여 무조건 싼값의 운임을 유지하라고 하지 않는다. 교통서비스품질, 운항주기, 운항안정성, 선박품질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평가를 실시해 재계약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고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선박교체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공영제는 연안 여객선 교통에 대해서 보편타당하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어야 하지 특정항로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정책은 도서에 살고 있는 도서민을 염두에 두고 이들의 헌법상 권리인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세월호 이후 우리의 바다가 얼마나 더 안전해졌는가? 우리의 섬들은 얼마나 육지와 가까워졌는가를 후세들은 평가할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의 섬들에 보다 많은 국민이 방문하고 삶의 터전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연안여객선의 공공교통지정과 함께 완전 공영제 실시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성결대 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