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의 색이 짙었던 4·7재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리고 부산과 서울 모두 국민의힘 소속 시장이 잔여 임기 시정 책임자로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시정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박형준호는 14개월의 부산시정을 끌어갈 협력 그룹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할 외곽 조직인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지난 12일 발족시켰다. 미래혁신위에는 추가 명단 10명을 포함해 현재 총 46명이 포함됐다. 나름 신선한 인물도 보이지만 대부분 선거 캠프에 참여하거나 국민의힘 부산시당을 중심으로 편성된 인물이다. 시정 인수위를 겸한 싱크탱크 역할을 하기에는 그 구성의 대표성이 선명하지 않고 모호한 감이 있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인수위는 누구보다 공직 내부 현황과 사정을 잘 아는 실·국장급 간부가 기본적으로 참여해야 신속한 시정 업무 파악과 인수·인계를 도울 수 있고, 그 연장 선상에서 새로운 정책을 제대로 녹여낼 수 있다.

둘째, 시정 자문 역할을 하려면 당 중심이 아닌 시장 직속 기구로서 각 분야 대표성을 가진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야 한다.

셋째, 1년여 시장 공석 끝에 새롭게 출범하는 시정은 잃어버린 시간만큼 안정과 효율을 기반으로 ‘통합’과 ‘상생 협치’를 시정 운영의 가치로 삼아 시정을 빨리 정상으로 돌려 놓고, 미뤄온 현안을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 따라서 여당 일색인 시의회의 협조를 원만히 끌어내고 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 협치를 위해 폭넓은 인선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외곽조직으로서의 부산미래혁신위는 오히려 특정 정당 조직의 하나로 비치고 있어 유감이다. 시장은 당선과 동시에 여야 모두의 시장이요, 모든 시민을 위한 시장이 돼야 한다. 말로만 협치가 아닌 실천으로 협치를 보여줘야 모든 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이러한 실천이 바로 혁신 시정을 견인하고 있음을 출발과 함께 보여줬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정에 바쁜 현역 의원의 대거 참여는 눈앞에 닥친 시정 1년을 성실하게 대처하고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제언하는 데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혹여 현역 국회의원이 중앙정치력을 발휘해 지역 현안을 챙기기 위한 차원이라면 여당 국회의원의 균형 잡힌 배석이 더 현명해 보인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아쉬운 부분이 ‘청년’과 ‘여성’의 대표성 결여다. 정치권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어온 청년과 여성을 챙기는 게 혁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정작 미래혁신위가 보여준 첫인상은 그렇지 못하다.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기구가 어느 위원회나 기본 룰로 지키고 있는 여성 비율 30%에 턱없이 못 미치고 청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더군다나 많고 많은 지역 대표자를 외면하고 굳이 부산 밖 인사를 끌어들인 점도 원성을 살 만하다.

앞으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하니 지켜볼 일이지만 ‘정당’ 위주의 인선이 아니라 ‘시민’ 중심 시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조직으로 탄탄하게 재구성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야당의 이번 승리가 진정한 승리가 되려면 민심을 정확히 읽고 겸손하게 대처해야 한다. 압승했다고 자축과 자만에 빠져 있을 게 아니라 언제 돌아설지 모르는 민심을 잃지 않도록 정성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야당이 잘하거나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야당도 싫지만 여당의 실정에 더 분통이 터져 역선택을 했다는 진짜 민심을 읽어야 한다.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법무부 장관의 내로남불형 법치 파괴, 검찰 개혁을 이유로 민주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훼손한 사례는 물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경제고(苦)에 시달리는 소상공인의 처지는 아랑곳 없이 일관성 없는 방역 대응에 민심이 바닥으로 추락한 지도 오래지 않은가.

새로운 시정은 진실로 시민만 바라보고 진정한 통합과 상생 협치를 추구하길 기대한다. 역대 어느 시장도 실천하지 못한 일이기에 새로운 시정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힘이 되는 시정’은 시민을 정당으로 삼아 시정을 균형 있게 이끌어가길 간절히 주문한다. 이번에 출범한 시정혁신위 또한 부산의 미래, 시민의 미래를 위한 미래혁신위가 되기를 바란다.

부산여성신문 대표이사·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