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지방자치법’이 오랜만에 전부 개정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없던 제도를 신설하는 등 내용이 더러 바뀌어 시행까지 이렇게 준비 기간을 둔 것이다. 그래서 현장의 지방자치단체는 시행을 앞두고 검토하고 준비하며 정비할 사항이 적지 않다. 그런데 개정과 함께 국회에서 처리되기를 기대한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은 아쉽게도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는 많은 지방자치 관계자가 제정을 촉구해 온 이 법률안의 내용과 쟁점을 살펴보고 고향사랑 기부금의 도입을 소망하고 싶다.
이 법률안은 2017년 9월에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었다가 제20대 국회의 임기만료와 더불어 폐안된 후 2020년 5월 제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지금까지 다섯 개가 발의돼 있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이 아닌 사람으로부터 고향사랑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태어나 부모 밑에서 학교를 다녔다가 이제는 다른 곳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고향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낸다는 것이다. 둘째, 기부금을 받은 지방자치단체는 일정한 한도의 금액으로 지역특산품 등으로 기부자에게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수요와 공급에 힘입어 지역산업의 진흥으로도 이어져 고향사랑 기부금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는 이 기부금으로 고향사랑기금을 설치해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등 법률로 정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다섯 법률안이 모두 공통으로 정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는 서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쟁점도 두어 가지 있다. 첫째, 개인뿐만 아니라 법인도 그 소재지 밖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낼 수 있게 하자는 법률안이 있다. 그런데 이는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이로써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고향사랑 기부금은 개인이 내는 것으로 정하면 좋겠다. 둘째, 기부금은 지방소득세에서 공제를 받게 하자, 또는 지방세 납부세액의 100분의 10 이내의 금액을 해당 지방세 납세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 중 기부자가 지정하는 곳에 기부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의 법률안도 있다.
바로 이 기부자 세액공제 또는 세액 이전 기부의 여부가,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일본의 동향에 영향을 받아 주민세의 10%를 고향납세 이름으로 고향으로 보내자는 일부 주장에서 비롯된 고향사랑 기부금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서 가장 큰 쟁점이다. 거주와 기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달라 지방세의 원칙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개인이나 법인이 고향 등 임의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고 그 기부액을 거주하는 지자체에 신고하면 일정 기부분이 지방세와 국세에서 공제되는 이른바 고향납세가 2008년에 도입됐다. 공제 한도액이 많아지고 신고 절차가 간편해진 2015년 이후 고향납세는 크게 늘었다.
총무성의 자료를 보면 법인 기부금을 제외한 고향납세의 건수와 금액은 2008년에 5.4만 건에 81.4억 엔이었던 것이 2017년 1730.2만 건에 3653.2억 엔, 2018년 2322.4만 건에 5127.1억 엔, 2019년 2333.6만 건에 4875.4억 엔으로 비약했다. 이로써 이듬해 지방세의 공제를 받은 사람과 공제액은 2009년에 3.3만 명에 18.9억 엔이었던 것이 2018년 295.9만 명에 2447.7억 엔, 2019년 395.2만 명에 3264.8억 엔, 2020년에는 406.0만 인에 3391.0억 엔에 이르렀다.
이 고향납세 금액은 일본의 전체 지방세 수입인 약 40조 엔의 1.25%(약 5조 원)에 해당한다. 우리의 전체 지방세 수입이 한 해에 약 90조 원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재정수입인 셈이다.
빠듯한 지방재정의 중압에 허덕이는 구청장으로서는 위의 쟁점들이 정치적으로 속히 정리돼 어릴 때 길러주고 가르쳐준 고향 등에 재정으로 공헌할 수 있는 고향사랑 기부금이 빨리 도입되면 좋겠다. 그때는 어렵게 공부하던 청운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거나 잔잔한 회동호 둘레길을 콧노래 부르며 거닐고 명산 금정산을 땀 흘리며 오르내리던 지난날을 회고하며 금정구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부산 금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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