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갔겠지만 지난주 22일 목요일은 51번째 ‘지구의 날(Earth Day)’이었다. 지구의 날은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1969년 평화운동가인 매코넬(John McConnell)이 처음 제안했고, 미국의 상원의원 넬슨(Gaylord Nelson)과 대학생 운동가인 헤이즈(Denis Hayes)의 주도로 1970년 4월 22일 미국 전역에서 행사가 펼쳐지면서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20주년이 되던 1990년부터 전 세계 기념일로 전파됐고, 지난 해에는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구의날은 UN이 지정한 ‘세계환경의날(World Environment Day, 6월 5일)’과 취지는 같지만 환경운동가 시민 지역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민간 주도 행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고, 현재는 192개국, 7만5000개 이상의 단체,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참여하는 대규모로 발전했다. 한국에서는 시민단체 주도로 1990년에 남산에서 처음으로 지구의날 행사가 개최되었으며, 그 후에도 환경문제를 주제로 ‘차 없는 거리’와 같은 다양한 기념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매년 지구의날을 전후한 일주일을 기후변화주간으로 정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저탄소생활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오후 8시부터 10분간 전국적으로 소등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갈수록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런 자발적인 작은 노력들이 지구를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지질학 분야에서도 지질공원 제도를 통해 지구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지질공원은 학술적 가치가 있는 지질유산들을 보전하고 교육 및 관광에 활용해 그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이다. 흥미로운 점은 지질공원에서 추구하는 보전이 강력한 법률 등을 이용한 강제적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명분이 있더라도 강제성을 가지게 되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지질공원에서는 교육적 경제적으로 지질유산을 활용하면서, 이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주민 스스로 깨닫고 자발적으로 지질유산을 보호하는 것을 장려한다. 과거의 보전 정책과 비교해 볼 때 훨씬 고차원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수준 높은 시민의식이 전제돼야 하므로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도나 강원도처럼 지질공원을 잘 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 주민 스스로가 지질유산의 훼손을 막기 위한 감시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의 높아진 시민의식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산은 2013년 국내에서 세 번째로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받았고, 작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후보지로 선정됐다. 부산 지질공원은 산과 하천, 바다를 아우르는 도시 전역에 지질명소가 분포하여 지질다양성이 뛰어나고, 대도시이므로 접근성이 좋아 현장교육과 관광 측면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다소 안타까운 점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홍보를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고, 부산시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에서 세계지질공원 현장 실사 때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부산 지질공원은 국가지질공원 인증 당시에는 12개의 지질명소가 있었지만 세계지질공원 인증 추진 과정에서 면적이 넓은 2곳을 분리하고, 눌차도 조도 해운대 송정슈도타킬라이트 용궁사 오랑대 등 신규 지질명소 6곳을 추가해 현재는 총 20곳의 지질명소를 가지고 있다. 부산의 지질명소들은 지질학적으로는 중생대 백악기 말의 지구조 환경, 화성활동, 퇴적작용, 고기후와 고생물 등에 대해 중요한 정보를 간직한 소중한 유산이지만, 부산시민의 참여가 없다면 지질공원으로서의 의미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부산의 지질유산을 보전하기 위해 부산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할 때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