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KBS스페셜 ‘플라스틱 지구’를 시청한 후 큰 충격과 함께 앞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기 위해서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깊이 고뇌했던 시간이 있었다. 생산하는데 5초, 사용하는데 5분, 하지만 분해되는데 500년, 바로 플라스틱 이야기이다. 무분별한 일회용품 사용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을 떠다니며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 프로그램이었다.
지구 해양 표면의 88%는 이미 플라스틱 파편으로 오염됐으며, 그 플라스틱이 파도와 자외선에 분해되면서 크기 5㎜ 이하의‘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태평양 섬에서 앨버트로스 새의 새끼들이 어미가 물어다 주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고 죽어가는 장면과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먹고 죽어가는 물고기들의 모습은 정말 가슴 아팠다. 이대로라면 우리 밥상에서 머지않아 생선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믿고 마시는 생수에서조차 생수병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검출되는 것을 보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플라스틱으로 멍들어 가고 있다. 특히 최근 1인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쇼핑, 배달문화 확산으로 종이박스 스티로폼 플라스틱 비닐봉투 등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시중에서 온라인 식품 배송에 사용되는 아이스팩의 약 40%는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흡수성수지(SAP)를 사용한 제품으로 조사됐다. SAP는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자연 분해에 500년 넘게 걸리고 소각 과정에서 각종 유해물질이 배출된다고 한다.
부산시는 일회용품의 지속적인 사용증가로 발생하는 환경오염문제와 사회적 처리비용 지속 증가 등 사회문제 해소를 위해 올해 초 ‘부산시 일회용품사용 줄이기 조례’를 만들고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통계 자료를 보면 부산시민이 사용한 일회용 컵이 지난 2007년 4억 2000만 개에서 2018년에는 25억 개로 증가했다. 11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비닐봉투 사용량은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연간 약 14억 5000만 장이다. 부산시민 1명이 1년간 무려 420장의 비닐봉투를 사용한 것이다.
2010년 유럽 통계를 보면 핀란드는 1인당 4장, 아일랜드는 20장, 독일은 70장에 불과하다. 우리가 많이 써도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통계가 몇 년 전 자료이니 지금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쓰고 있는 일회용품 통계가 나중에 어떻게 집계될지 생각만 해도 두렵다.
부산시는 일회용품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하고 내년까지 일회용 컵 사용량 30% 감축,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재활용률 70% 목표로 정책 계획을 세우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일회용품 없는 부산 만들기’를 장기 비전으로 설정해 분야별 주요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먼저 일회용품 줄이기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려 한다. 전통시장 장례식장 체육시설 등의 일회용품의 사용을 근절하고 다회용컵과 장바구니 사용문화를 정착시키코자 한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위해 누구나 일회용 컵 20개 정도를 동주민센터 등에 가져다 주면 종량제 봉투 10리터 1장으로 교환해주는 정책을 지난해 9개 자치구에서 올해는 11개 자치구로 확대한다. 2022년에는 일회용 컵 회수·재활용 촉진을 위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도 도입한다. 공공부문에도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기위해 사무공간 회의실 청사내 매점·카페에서 일회용품사용을 금지하고 우천 시 우산비닐도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장 우리 주변에 널려 있는 일회용 종이컵 빨대 물병 물티슈 그릇 수저 등을 사용하지 말자. 전통시장·마트에서 장볼 때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포장재 제품 구입도 자제하자. 생수보다는 수돗물을 끓여 먹거나 정수기 물 먹기 등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행동으로 실천하자.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는 미래세대에게서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기에 깨끗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가져보자. 점심식사 후 사무실에 들어올 때 플라스틱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들고 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부산시 자원순환과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