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도심공원인 부산시민공원에서 토양 오염 사례가 또다시 발견됐다. 공원 북문 근처에서 진행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과정에서다. 시공사측이 터파기를 하자 지하 약 3m 위치에서 기름 냄새가 나기 시작했고 실제로 흙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오염물질의 농도가 기준치의 3배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관할 구청은 공사 중단을 명령했고 지역 대학에서 곧 정밀조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선 아트센터 공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시민공원 전체에 대한 오염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시민공원의 토양 오염 부실 정화 의혹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군 부대 터였던 공원 부지의 관할 부처인 국방부 의뢰로 부산시가 전체 53만㎡의 10%가 넘는 7만 4000㎡가 기름 중금속 등으로 오염된 사실을 확인하고, 약 2년에 걸쳐 1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예산을 들여 정화작업을 끝냈다고 발표한 게 2012년이다. 그러나 이후 실제 공원 조성을 위해 관로를 묻거나 나무를 심는 과정에서 여러번 유류 오염 흔적이 발견됐다. 심지어 시가 정화를 완료한 지점이라고 밝힌 장소에서 오염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아트센터 건립은 공원 개장 후 부지 내에서 이뤄지는 첫번째 대규모 건축 작업이다. 땅을 팠다 하면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니 애초 정화 자체가 부실한 게 아니었냐는 의심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오염토가 원래부터 아트센터 부지 내에 있었던 것인지, 이번 공사 도중 누출된 것인지 정밀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예단하긴 이르다. 그러나 만약 기존 오염토인 게 분명하고 더욱이 문제 지역이 당초의 정화 대상지였다면 사안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부산시 작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의혹에서 사실로 바뀌는 일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부산시는 공기를 다른 군부대보다 8개월이나 앞당겼다고 자랑했다. 토양 정화사업에는 법으로 금지된 불법 하도급 때문에 국감에서 지적을 당하기도 했다. 지금의 오염토 잔류가 그 결과라면 담당 공무원과 시공업체에 대한 책임 추궁까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부산시민공원은 평지가 드문 부산에서 시민이 100년이나 기다려 미군으로부터 돌려받은 녹지이다. 아이들이 이곳에서 잔디를 맨발로 밟고 흙을 맨손으로 만지고 얼굴을 물에 적신다. 그런 공간이 여전히 폐유나 중금속 범벅이라는 건 상상만으로도 불쾌하고 불안하기 짝이 없다. 식물이나 동물의 건강한 생육도 보장할 수 없다. 중금속이나 폐유는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분해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아트센터 부지 외 다른 곳도 문제가 잠복해 있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공원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시민 우려를 씻어야 한다. 역사성이나 접근성 규모 등에서 시민공원은 부산의 자랑거리이자 후대에 대대로 물려줘야 할 유산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은 관리와 보존대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