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사태, 일자리 등 국내 경제, 부동산, 대북정책 등 지난 4년간 국정 전반에 대한 소회와 함께 향후 1년의 각오를 밝혔다. “남은 임기 1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세로 국정에 임할 것”이라는 다짐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앞에 놓은 난제가 한 둘이 아니다. “위기 극복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정부의 남은 과제”라는 말처럼 국정을 잘 마무리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별개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매우 컸지만, 집권 5년차를 맞은 지금 국민의 평가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한때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까지 떨어진 게 그 방증이다. 취임 당시의 약속 상당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실망감의 반영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이날 지난 4년간의 여러 정책에 대해 자화자찬식 인식을 드러냈다.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며 부동산 실정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비리 사태에 반성한 것 정도가 달라졌다면 달라진 모습이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장관 후보 3인의 거취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취임사에서부터 누구보다 소통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었으나 각오처럼 남은 1년이 제대로 굴러갈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이날 특별연설에서 국가균형발전 등 지역 이슈가 언급되지 않은 것 또한 실망스럽다. 주지하듯이 문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현실은 초라하다. 실제 국제신문이 문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아 국가통계포털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3개 시·도의 인구, 일자리, 생산활동 등 주요 지표는 비수도권 14개 시·도 전체를 압도했다. 균형발전은커녕 실물경제 분야에서 ‘수도권 독식’ 현상은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말로는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산업단지 조성, 교통 인프라 확충, 각종 기업 규제 완화 등 이에 역행하는 ‘수도권 올인’ 정책을 편 결과다. 공공기관 추가 이전 또한 선거 때 군불만 때며 더 이상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니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4주년 10대 경제성과’ 자료에 균형발전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당연하지 싶다. 요란했던 시작만큼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던 탓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그간의 성과가 미미한 탓에 균형발전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임기 말이라는 핑계로 그간 추진하던 정책마저 손을 놓아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재정분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 지역균형 뉴딜 등 주요 정책이 또 다시 수도권의 반대에 발목 잡히는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 남은 임기 1년이 매우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 언급은 균형발전에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