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다는 것은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개념이면서 또한 말하는 것과 상관없이 혼자서 또는 다중의 한사람으로서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이기도 하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하고 듣는 것을 반복한다. 그러면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의 비중이나 가치는 과연 어떠할까? 말하는 것은 내 심중에 있는 의견이나 내가 주장하고 싶은 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다분히 주관적이다. 그에 반하여 듣는 것은 상대방의 의사나 상대방들의 말을 듣는 것이므로 객관적인 내용이다. 그래서 내가 말하는 것보다 내가 듣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도시철도역 벽에 걸려있는 ‘풍경소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말을 하는 자는 자기가 아는 것만 알게 되나 듣는 자는 자기가 모르는 남의 지식을 알게 된다”. 너무나도 타당한 말이다. 옛날 왕이 나라를 다스릴 때 중요한 결정은 혼자서 하게 되나 그전에 수많은 신하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또 듣는다. 또한 그와 관련된 상소문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에야 결단을 내린다. 남의 의견을 듣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자 ‘들을 청(聽)’을 살펴보자. 왼쪽에 귀 이(耳)가 있어 듣는다는 의미를 나타내며 그 밑에는 임금 왕(王)이 있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왕처럼 많은 신하들의 다양한 의견을 빠짐 없이 귀하게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음은 오른쪽 위에 ‘열 십(十)’ 자가 있고 그 아래는 ‘눈 목(目)’ 자가 누워있다. 눈이 열 개니까 다섯 사람, 즉 많은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으니 잘 들으라는 의미다. 그 아래에는 ‘한 일(一)’ 자와 ‘마음 심(心)’으로 돼 있으니 일심, 즉 오직 한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말은 최대한 줄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의견 또는 충고를 빠짐 없이 듣고 이를 취사선택한다는 것이다. 자기주장만 강하게 말하고 남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는 오만과 독선의 자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면 듣는다는 청(聽)과 귀 이(耳)와 반대인 말씀 언(言), 말할 어(語)와 화(話), 입 구(口), 혀 설(舌)에 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말은 가급적 적게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입을 굳게 닫고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삼사일언(三思一言), 세 번 생각하고 나서야 한 번 말을 한다. 구시화문(口是禍門), 입(말)은 재앙이나 화근을 불러들이는 문이다. 사불급설(駟不及舌), 말 네 마리가 끄는 수레도 말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늦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한 번 뱉은 말은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다.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면서 입을 닫고 살 수는 없다. 그렇다. 꼭 필요한 말은 하더라도 조심하고 가려서 신중히 말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안 해도 될 말, 혹시라도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은 아예 하지 않거나 꼭 해야 한다면 세 번 생각한 후에야 말을 하라는 것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거나 희망을 주는 좋은 이야기라면 해도 좋다. 그러나 그런 말이라 하더라도 장황하면 안 된다. 간결하면서도 함축된 말이라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무심코 장난 삼아 던진 말로 마음을 상하고 아예 돌아 서거나 적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해서는 안 될 말을 아무 생각 없이 툭 뱉고는 감당할 수 없는 역습을 당해 곤란에 빠지는 경우도 꽤 많다. 특히 검증도 되지 않고 스스로 확인하지도 않은 어떤 나쁜 소문을 듣고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주위에 적을 만들고 입이 가벼운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수많은 기능을 하는 입은 하나인데 반해 오로지 듣는 것만을 담당하는 귀는 왜 두 개일까? 그것은 남의 말을 듣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귀에는 양쪽에 귓바퀴가 하나씩 붙어있는데 그것은 소리나 말을 더욱 정확하게 듣게 하기 위한 배려인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귓바퀴가 없는 사람은 남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이 귓바퀴가 있는 사람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입(말)을 조심하라’는 옛 가르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입 밖으로 말을 뱉을 때는 지극히 조심하되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먼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야 하고 말을 듣는 상대방과 입장이나 처지를 바꾸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 글의 제목처럼 말을 하는 것보다는 말을 듣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어 남의 말을 건성으로 듣지 말자. 지극정성으로 듣고 옳지 않은 것은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로 삼자. 옳은 것은 취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성공으로,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바른 길이 될 것이다.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