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위탁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접종 실수가 잇따라 발생하면서다. 지난 3일 부산 사하구의 한 병원은 접종이 제한된 20대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주사했다. 병원 측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혈전 발생 가능성을 이유로 30대 미만에 AZ 접종을 못하게 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정부로부터 통보를 못 받았다”고 했다. 지난 4일 세종시의 한 병원은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으러 간 시민에게 AZ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대상 질병이나 연령 확인 등 가장 기본적인 사항조차 무시하고 있으니,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정부는 5, 6월 화이자와 AZ 백신 1420만 회분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상반기 중에 1300만 명에게 1차 접종할 계획이다. 하루 최대 100만 명에게 접종할 수 있도록 1만3000여 민간 의료기관을 동원했다. 오는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려면 접종을 서둘러야 하는 건 맞다. 7.2%에 불과한 낮은 접종률에다 백신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지난달 말부터 2주가량 접종을 잠정 중단하다시피 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실적에 치우쳐 기본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접종하라는 건 아니다. 접종 속도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매뉴얼을 어겨 코로나 예방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다 접종 사고라도 터진다면 역효과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접종 기피자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지난 6일부터 접종 사전예약을 받고 있는 70~74세 고령층의 경우 현재 예약률이 46.9%에 불과하다.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AZ 백신을 맞은 여경이 뇌출혈 진단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접종 부작용이 속출해서다. 이런 마당에 사하구와 세종시 병원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빈발한다면 접종 기피증은 더 심해질 게 뻔하다. 속도보다 더 소중한 건 안전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위탁 의료기관들이 접종 매뉴얼을 준수하고 있는지 실태 점검부터 해야 한다.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접종을 권고하는 게 순리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접종 기피보다 접종을 통한 이득이 더 크다”는 설득도 먹힐 수 있다.

이런 자명한 이치를 정부기관이 모르는 것 같다. 김해중부경찰서 직장협의회장이 “경찰청장과 경남경찰청장이 직원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진정이 이를 증언한다. “문서로는 (접종) 강요, 강제가 아니라고 해놓고 뒤에선 부서별 접종률을 따진다”고 경찰관들은 항변한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인권 침해다. 물론 대민 접촉이 많은 경찰관의 업무 특성상 조속한 접종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런 강제적 방법으론 불신과 마찰만 부를 뿐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이 이런데 어찌 일반 국민에 대한 설득력 있는 접종 권유가 가능하겠는가. 외려 보고 배워 접종을 기피하는 국민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