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불교는 당나라 무종 치세인 841~846년 큰 탄압을 받았다. 사원과 수행 승려의 객사 등 4만4600여 시설이 폐쇄되고, 26만여 승려가 강제로 환속당했다. 중국 불교사상 최대 법난인 ‘회창(會昌)의 파불(破佛)’이다. 이 탄압으로 교종이 쇠퇴하고, 선종이 주류로 자리잡게 됐다. 그 과정에는 임제종(臨濟宗)의 시조 의현(義玄·미상~867) 등 고승들의 치열한 선풍(禪風) 개혁이 있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殺佛殺祖·살불살조)”는 의현의 법어(法語)가 그 선풍을 대표한다. 부처와 조사는 미혹과 집착을 상징한다. 조선의 서산대사(1520~1604)는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이에 대해 “부처님께 매달려 구하는 것이 있다면 얽매여 있는 것”이라며 “깨닫지 못하고 무언가를 구하고 있다면 모두 고통이므로 일 없는 것만 못하다”고 했다.
운문종의 개조 문언(文偃·864~949)의 법어는 보다 거칠고 과격하다. 그는 “석가모니가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외칠 때 내가 옆에 있었다면 한방에 때려죽여 살덩이를 개밥으로나 던져주어 천하태평을 도모하는데 한몫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깨달음을 얻어 자유로워지려면 미혹과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할(喝)” 하고 정신을 흔들어 깨우는 의현의 ‘고함 죽비’가 필요하다. 또다시 ‘코로나 석탄일’을 맞는 무기력한 우리 정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마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적 각성의 불씨를 지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 메시지를 통해서다. 그는 “(5·18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우리 국민 가슴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한다”며 “어떠한 형태의 독재나 전제든, 이에 대해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했다. 진리 인식을 향한 선가의 용맹정진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분석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진심을 의심하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5·18 정신이 독재·전제와의 비타협적 투쟁이라는 점에서 일단 말은 옳다.
문제는 실천이다. 윤 전 총장은 자신의 메시지가 빈말이 아님을 철저한 반독재, 반전제 투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주길 바란다. 그러지 못할 땐 거짓과 위선에 내려치는 민심의 죽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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