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로남불’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공명하는 것 같다. 이는 독선과 오만의 시대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다. 이 말이 용인되는 것은 본인에겐 무한히 관대하고, 타자에게만 엄격하기 때문은 아닐까. 특정 사안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에 공명할 정도면 심각한 일이다. 정작 이런 말로 날을 세우는 사람도 동일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법치국가에서는 누구든 내로남불에 해당되는 행위를 하게 되면 적법 절차에 따라 조사가 진행되고, 범죄구성요건이 충족되면 의법처리되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상국가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독선이란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 또는 남을 돌보지 아니하고 자기 한 몸의 처신만을 온전하게 함.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분별 따위가 포함된다고 나와 있다.

대선후보군 가운데 어떤 분 지지자들은 ‘성장과 공정’, 또 다른 어떤 분 지지자들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공통으로 내세운 가치인 ‘공정’은 동일한 콘텐츠로 보인다. 그런데 통상 본인들이 지지하는 주장만이 제대로 된 ‘공정’이라고 우긴다. 이런 독선과 오만은 그래도 조금은 신사적이다.

독선과 오만은 정치 등 다양한 영역 곳곳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아시아태평양전쟁 과정에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이나, 최근 주일대사로 부임한 지 넉 달이 지나서야 신용장이 제정된다거나,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얘기하면 다짜고짜 백신 가격부터 들먹인다든지, 얼마 전 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아무개 후보는 흠결이 많아 완주하지 못 한다는 등등이 그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보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서의 독선과 오만은 내로남불은 물론, 대개 나태와 게으름이 더해진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인과에 기초한 팩트 체크를 소홀히 하고, 평소에는 상식적이다가 특수관계에서는 지극히 몰상식적인 판단을 하곤 한다.

얼마 전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다. 어떤 분이 전화해 대뜸 “감사원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고, 휴일 근무를 강요했느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 운영 규정과 행동강령 위반 등으로 재단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것이다. 만약 요즘 세상에 감사원에 신고했다고 해임시켰다면 그건 형사 처벌감이지 그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한다. 또한 그곳은 휴일에도 문을 여는데, 휴일 안내데스크 직원이 사직해 충원될 때까지 직원이 돌아가며 근무한 것이다. 근기법상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휴일근무를 강요할 수 없다.

나아가 전화로 얘기하면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우니 만나서 얘기하자, 자료를 보여주면서 설명하겠다고 했음에도 불응하기에, 혹시 제보자와 특수관계 아니냐라고 반문하고 끊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 오후 ‘제목은 양형이 과하다 내용은 양비론’이라는 요지의 기사가 나갈 거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왜 그런 사실을 알려 주느냐고 물어보자, 들어보니 설명이 일리가 있어 그랬다고 하길래, 직무에 충실하시라고 하고 끊었다.

그 기사가 보도된 건 국정감사 며칠 전이었고, 국회 소관상임위 의원실에 이 기사 등이 배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도는 전화 문의 내용 그대로 실렸다. 문의에 사실에 근거해 설명했음에도 기사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문의 전화는 받아쓰기를 해놓고, 구색 맞추기로 전화 한 통 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 명예훼손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고소·고발을 준비했다고 한다.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공인으로서 소명의식과 직업인으로서의 ‘프로’ 근성은 바라지도 않는다. 사실관계를 찾아가는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 가관인 것은 질러 놓고 나면 되돌아보지 않는 뻔뻔함이다. 이게 바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흔히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주로 이런 사람들이 독선과 오만에 빠진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본에 충실하고 상식적으로 살려 한다. 적어도 특정 분야에 종사하는 공인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기본에 충실해야 하며, 상식적으로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럴 때 만이 독선과 오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설득력과 공감력이 더 커진다. 아직도 이런 짓이 통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참으로 서글프다.

사람이 한평생을 반듯하게 살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크고 작은 오류를 범하면서 살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것을 극복해가는 방식이다. 인정과 사과는 화해의 전제이다. 이제 우리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솔직해지자. 독선과 오만에서 벗어나 기본에 충실하고 조금은 상식적으로 살아보자.

국립 일제 강제동원역사관장

*인문학칼럼 ‘독선과 오만의 시대, 상식으로 살자’ 에 대한 반론

지난 5월 26일 국제신문에 ‘독선과 오만의 시대, 상식으로 살자’ 란 주제의 인문학 칼럼이 기고되었습니다. 칼럼에는 부산의 모 공공기관 직원이 운영 규정 및 행동 강령 위반으로 해임당했다는 내용이 작성돼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는 해임당한 주영민 김석원입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징계 사유는 거짓이며, 외부 사정기관과 주무 부처 조사에서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음에도 해임한 것입니다.

사실, 저희들은 과거 부패 행위에 대해 공익신고를 한 바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해임된 직원을 공익신고자에 해당하는 부패신고자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제정하여 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제15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불이익 조치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정하였습니다’. 또한, 공익신고자보호법 제23조(불이익조치 추정)는 공익신고를 한 직후 ‘2년 이내에 불이익조치를 할 경우, 신고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현재 부산지방법원에서 해임취소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헌법적 정의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