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9일이 되면 치과계에서는 구강보건의날로 정하여 지역사회에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했다.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많은 행사들이 축소되거나 취소돼서, 구강보건의날 의미마저도 퇴색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다.

코로나19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우리 주변의 삶은 예전과 매우 달라졌다. 초반에는 매년 유행하는 여느 독감과 다를까하며 방심하다가 점점 그 위력에 두려워지고, 감염자수가 많아지면서 코로나19는 우리 인류가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혹자는 예상치 못한 장기화에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감염의 위험 속에서 현명하게 생활해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19 시대’ 라고 말한다.

지역사회의 구강보건을 위해 존재하는 치과계 관련 구성원들에게도 ‘위드 코로나19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는 당면한 숙제일 것이다. 이에 필자는 믿음(信)을 강조하고 싶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염병이 돌 때는 사회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유행할 때는 오로지 두려움 때문에 하나님이 벌하신다, 또는 마녀가 한 짓이라고 선동하여 선량한 다수의 사람을 죽게 한 적도 있다. 조선 시대에도 돌림감기라는 이름의 역병으로 혼란스러웠고, 1918년 그 당시 전 세계 인구의 1/3이 감염된 스페인 독감도 두려운 존재였다.

이런 혼란 가운데 우리가 마음의 중심을 잡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안심할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는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의지를 한다는 것은 믿음을 가진다는 것이 아닐까? 코로나19 시대의 혼란 속에 지역사회 구강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치과계 구성원들이 믿음의 중심이 된다면 그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일까?

치과 치료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안, 공포’를 떠올리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막상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난 후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편안하게 진료가 끝난 것을 알게 되면 환자와 의료진과의 믿음이 쌓이게 된다.

치과 의료진은 스스로를 믿고 최선과 성심을 다해 환자에게 진료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고. 환자는 치과 의료진을 믿고 진료에 협조를 하면 그 결과 또한 좋게 될 것이다. 구강 건강은 치과의사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환자만의 노력으로도 되는 것이 아니듯, 서로의 믿음과 소통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 치과의사가 나한테 치료를 제대로 해줄 수 있을까? 이 환자가 나중에 처음과는 다른 말을 하면서 딴지를 걸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가득한 상황에서 불안, 공포가 가득한 치과 치료는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치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치과 진료를 할 치과의사 사이에도 믿음은 매우 중요하다.

치과 치료는 획일화된 공산품이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환경과 전신적인 상황, 증상, 발병 원인, 그리고 앞으로의 치료 계획 등에 따라서 포괄적이면서도 세부적인, 다양한 진료 방법을 고려하여 접근해야 한다. 당연히 환자와의 많은 의사소통을 통해 생각의 차이를 좁혀서 최적의 치료 방법을 구하는 것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다.

하지만 이윤을 밝혀서 과잉 진료를 하고, 부적절한 치료를 권하는 극소수의 모습 때문에 묵묵히 한결 같은 믿음을 주는 치과의사들이 오해를 받는 요즘 모습이 아주 안타깝다. 특히 의료행위를 공산품처럼 도매금으로 매기고, 환자와 의료인과의 불신을 조장하는 현재 시행 중의 비급여 진료비 고시제도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다시 한 번 검토하길 바란다. 구강보건의날을 맞아 드는 생각이다.

박용진 부산시 치과의사회 보험이사·연지웰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