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5일 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스타디움에 10명의 선수단이 들어서자 7만8000여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선수단은 시리아, 남수단, 에티오피아, 콩고민주공화국 등 4개국 출신 선수로 구성된 ‘난민 올림픽팀’. 난민팀의 출전은 올림픽 사상 리우가 처음이었다. 당시 유엔난민기구가 밝힌 전세계 난민은 6850만 명. 리우 난민팀은 이 뿌리 뽑힌 삶들을 대표하는 ‘자유·인권 투사’였다.

어머니가 살해된 뒤 6살 나이로 밀림에 버려졌던 포폴레 미셍가(콩고), 7세 때 소년병 징집을 피해 홀로 난민캠프로 탈출해 11년을 지낸 제임스 냥 치엥지에크(남수단),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가다 물 속에 뛰어들어 난파 위기에 처한 배와 동포를 구한 유스라 마르디니(시리아) 등등. 하나같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삶이었기에 그들의 “올림픽 출전은 기적”이라고 했다. 그 기적은 희망의 씨앗이었다. 미셍가와 함께 리우올림픽 유도 종목에 출전한 부카사 마비카(콩고)는 “나는 삶을 위해 싸웠다”며 “세계 난민들이 우리의 경기를 보고 희망을 품게 됐을 것”이라고 했다.

리우의 기적은 다음 달 일본 도쿄에서도 계속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 9일 도쿄올림픽에 이란, 아프가니스탄, 에리트레아,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11개국 출신 선수 29명이 태권도, 수영, 레슬링 등 12개 종목에 난민 신분으로 참가한다고 밝혔다. 리우 난민팀보다 인원이 19명 늘어났다. 도쿄 난민팀 중에는 이란의 여성 인권 탄압에 맞서다 독일로 망명한 키미아 알리자데(23)도 있다. 리우올림픽 여자 태권도 57㎏급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도쿄올림픽에도 같은 체급에 출전한다. “나는 역사를 만든 사람도, 영웅도 아니다. 이란에서 억압 당하는 수백만 명의 여성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알리자데 또한 마비카처럼 삶을 위해 싸운다. 압제자의 도구가 되길 단호히 거부한다.

난민팀의 참가는 올림픽 정신의 이상적 구현이라 할 수 있다. 지구촌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의 인권과 평화를 밀도 높게 대변하기 때문이다. IOC는 “스포츠를 통해 인간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고, 인간 존엄성을 유지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증진시키는 것”을 올림피즘(olympism)이라고 했다. “국가, 인종, 종교, 정치, 성 등과 관련된 모든 형태의 차별은 올림피즘에 위배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도쿄 난민팀이 펼쳐낼 올림피즘이 궁금하다. 코로나 극복의 문명 성찰로 우리를 성숙시키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