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와 양산시가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부산대 양산캠퍼스 첨단산학단지 내 K-바이오랩 허브 구축사업의 유치는 성사될 수 있을까. 중소벤처기업부가 7월 중 이 사업의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전국 12개 광역지자체가 신청한 후보지에 대해 최근 현장실사를 진행하면서 지역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바이오랩 허브 사업은 국비 3000억 원과 지방비 500억 원 등 3500여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로 잘 알려진 모더나를 배출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한 사업이다. 바이오 벤처·스타트업 기업 육성을 위한 입주 공간 제공, 공동활용이 가능한 연구개발 시설·장비 구축, 신약 개발 등을 지원하는 기반시설을 구축·운영하게 된다.

이 사업이 지역에서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의·생명 관련 기업이 첨단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인큐베이터 역할도 있지만 장기간 방치되는 부산대 양산캠퍼스 유휴지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전체 부지의 3분의 2가량인 76만 ㎡가 나대지로 남아 인근 증산상업지역 상가 점포의 70%가량이 공실화되는 등 상권 침체는 물론 물금신도시 전체 발전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 사업의 양산 유치가 성사되면 이 시설이 마중물 역할을 담당해 부산대 양산캠퍼스 유휴지 개발 촉진은 물론 의·생명 관련 산업이 급성장해 양산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지역에서는 기대한다. 하지만 연구 인프라가 뛰어난 대전시를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광역지자체가 이 사업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 등 풍부한 연구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갖춘 대전시는 충남·세종시와 연합전선까지 구축해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인천 국제공항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유수의 바이오 기업이 소재하고, 수도권 대학에서 우수 연구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내세워 유치를 자신한다.

수도권 지자체의 이런 발 빠른 움직임과 관련해 국민의힘 윤영석(양산갑) 국회의원이 경남도와 부산시가 힘을 합쳐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점은 새겨들을 만하다. 윤 의원은 경남도와 양산시가 지난 6월 25일 주최한 K-바이오랩 허브 양산 유치 토론회에서 대전시와 수도권 광역 지자체의 이러한 적극적인 유치 움직임을 소개하면서 “경남도와 부산시가 각자도생하면 필패다.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그나마 희망을 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각종 연구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 지자체 간 출발선부터 다른 상태에서 이런 점을 무시하고 공정 경쟁만을 명분으로 심사가 이뤄지면 부산과 경남은 여러 면에서 불리할 수 있어 두 지자체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지다. 두 지자체가 연합해 단일 후보지를 선정하고 수도권 집중 완화, 비수도권 균형 개발 등 대응 논리를 개발해 치밀한 유치 전략을 세워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김경수 경남지사도 이날 토론회에서 “인천은 송도국제도시에 유명 바이오 기업이 몰려있고, 수도권 대학이 가까워 인재 확보에도 유리하다. ‘공정한 선정’이 과연 공정할까에 대해 의문”이라면서 대전을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의 후보지 선정을 경계했다. 최근에는 대구시와 경북도도 단일화에 합의해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 유치를 위해 함께 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부산 강서구 명지동 일대 에코델타스마트시티와 부산대 양산캠퍼스 첨단산단 부지 중 단일 후보지를 정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 에코델타스마트시티는 이곳에 조성 중인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와 연계한 우수한 인프라와 정주 여건이 이점이다. 부산대 양산캠퍼스 첨단산학단지는 양산부산대병원과 의·치과·한의학 전문대학원 등 의·생명 관련 교육·연구시설이 집적된 데다 물금신도시 안에 있어 정주 여건이 뛰어나다. 7월 최종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실사가 진행되는 만큼 부산과 경남은 공동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지금도 늦지 않다.

동부경남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