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3개월 가까이 진행한 부산항북항재개발통합추진단에 대한 감사를 마무리 짓고 북항 재개발 사업의 신속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지역사회로부터 트램(노면전차)을 무산시키려는 ‘억지 감사’라는 반발까지 샀던 터라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론이기는 하다. 지난 2일 감사 결과 브리핑 내용을 보면 추진단의 허위 공문서 작성과 법정 절차 미이행 등 위법행위는 확인됐지만, 이 사업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재정사업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감사 결과와는 별개로 트램 등 공공 콘텐츠 확충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하고 북항 재개발 1단계 준공시기도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전인 내년 5월 초로 앞당기기로 했다.

하지만 석연찮은 부분은 여전히 남는다. 우선 법정 절차 미이행과 관련한 주장이 상이하다. 감사에서는 지난해 12월 북항 재개발 사업안 변경 때 트램 등 신규사업을 반영하면서 ‘항만재개발법’에 따라 관계 부처 협의, 공청회 등 필수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진단은 절차 생략을 허용한 예외 규정인 ‘항만재개발법 시행령’ 제9조(사업계획의 경미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향후 법리 다툼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또 공문서 위조와 법정 절차 미이행이 이뤄졌다고 해도 그동안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단 한 번도 거르지 못한 것 역시 미심쩍다. 감독 권한과 의무가 있는 해수부 전체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핵심 쟁점이었던 ‘재정사업 여부’에 대한 결론이 기존 해수부 주장과 달리 “재정사업이 아니다”로 귀결된 것 역시 찜찜하다. 애초 해수부는 감사에 착수하면서 “트램 등 공공콘텐츠 확충 사업은 1700억 원이 투입돼 규모가 크고 신규 공정이어서 기재부와 협의가 필요한 재정사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추진단과 부산시, 지역사회가 주장해온 ‘비 재정사업’으로 결론이 남으로써 사업에 속도는 붙게 됐지만, 감사 착수의 중요 사유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감사의 타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해수부에 대한 불신의 벽은 여전하다. 4월 7일 해수부 지시에 따라 부산항만공사의 트램 실시설계 용역이 중단되면서 촉발된 북항 사태로 지역사회가 한 바탕 혼란을 겪었지만 해수부는 수차례 ‘말 바꾸기’로 일관해왔다. 게다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부처 내부의 일일 뿐이었다. 결국 해수부가 조금이라도 부산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길은 하나 뿐이다. 올해 하반기 내로 트램 실시설계를 끝내고 공사를 발주해 내년까지 노반 공사를 완공한 뒤 차량 입고와 시운전을 거쳐 2023년 하반기 상용 운전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철저히 이행하는 길이다. 그리고 해수부의 약속이 다시는 ‘빈말’이 되지 않도록 확실한 보증도 필요하다. 북항 재개발 사업을 흔들지 않겠다는 의미로 내각 차원에서 김부겸 국무총리의 분명한 의지 천명이 나와야 마땅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