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노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금 추세라면 부산은 오는 9월 국내 대도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이미 고착화한 저출산·고령화에다 청년 인구 유출까지 더해진 결과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의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부산지역 20~39세 인구가 처음으로 60~79세 인구를 밑돌았다. 6월 말 현재 부산 인구는 336만4358명으로 지난해 12월 말 339만1946명보다 2만7588명 줄었다. 감소분 중 54%를 차지하는 1만4903명은 20대와 30대에서 발생했다. 청년이 외면하는 도시의 내일이 밝을 리 없다. 근심은 깊은데 아무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올 들어 더욱 가팔라진 청년 유출 심화 현상은 부산을 국내 대도시 중 가장 ‘늙은 도시’로 전락시켰다. 상반기 전체 인구 감소분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같은 기간 65만7711명에서 66만6644명으로 8933명 늘었다. 고령 인구 비중도 같은 기간 19.39%에서 19.81%로 상승했다. 65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부산시는 그 시점을 9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산 시민 평균 연령은 45.3세로 8대 특별·광역시 중 최고를 기록했다. 2008년(38.4세)과 비교해 6.9세나 높아졌다. 부산의 급격한 노화는 청년층의 부산 이탈 가속화와 저출산 심화 외에는 달리 원인을 찾기 힘들다.

전국적 사안인 ‘저출산·고령화’와 달리 ‘청년층 탈 부산 가속화’는 지역에 특화된 문제라는 점에서 체감상 충격파가 더 크다. 가뜩이나 지난해 기준 부산의 합계출산율이 0.75명으로 전국 평균인 0.84명에 비해 크게 낮은 마당에 청년 인구 급감까지 겹치면 생산인구 부족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필연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 사회보장제도 붕괴로 이어지게 되고 청년 이탈과 이로 인한 저출산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영원히 끊기 힘들어진다. 생산인구가 노령인구보다 작아지는 ‘인구지진’ ‘인구절벽’을 부산이 국내 어느 대도시보다 먼저 맞닥뜨리게 된다는 의미다.

상황을 이대로 방치하면 남는 것은 결국 재앙 수준의 ‘도시 공멸’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당장 ‘비상사태’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수도권 중심주의나 중앙 정부만 탓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현 상황은 수십년 간 부산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미래세대에 전하지 못한 기성세대 모두의 책임이다. 시와 의회가 중심이 되어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 비상 회의’를 소집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청년 이탈-저출산-초고령사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부산 리더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책무다. 부산의 먹거리와 일자리는 누가 던져주는 것이 아니다. ‘부산 희망 싹 틔우기’에 끝내 실패한다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