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려 몸도 마음도 축축 늘어지기도 하지만 더위가 계속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이 여름을 버틸 수도, 나름의 방법으로 즐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계절의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지구 자전축이 공전궤도면에 수직한 상태를 기준으로 23.5°기울어진 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해 태양의 남중고도와 밤낮의 길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태양이 뜨고 지는 과정에서 남쪽 하늘에 가장 높게 태양이 떠 있을때의 고도를 남중고도라고 하는데 부산에서는 하짓날 태양의 남중고도가 78.5°로 높고 동짓날은 31.5°로 낮게 떠서 지나가므로 여름과 겨울의 남중고도 차이는 최대 47°나 된다. 이로 인해 지표면의 단위 면적에서 단위시간 동안 받는 열도 달라진다. 또한 계절에 따라 태양이 뜨고 지는 위치가 달라지면서 밤낮의 길이도 바뀌게 되는데, 여름철은 태양이 북동쪽에서 뜨고 북서쪽으로 지면서 낮의 길이가 밤의 길이보다 길고, 겨울철 태양은 남동쪽에서 뜨고 남서쪽으로 지면서 낮의 길이가 짧아진다. 실제로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면서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때는 일년에 두 번 춘분날과 추분날뿐이다. 여름철은 긴 시간 많은 열을 받아 덥고, 겨울철은 짧은 시간 적은 양의 열을 받아 추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예로부터 여름철에 높은 남중고도로 볕이 덜 들어와서 시원하고 겨울철에는 낮은 남중고도로 볕이 집 깊숙이 들어와 따뜻하게 데워주는 남향집을 선호해 왔다. 만약 지구 자전축이 공전궤도면에 수직으로 똑바로 세워진 채 공전하면 부산은 일년 내내 태양의 남중 고도가 55° 정도로 일정하며 태양이 뜨고 지는 위치와 시간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다채로운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없었을 것이고 우리의 생활 모습도 훨씬 단조로워지지 않았을까.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공전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지구의 북반구와 남반구는 계절이 반대로 나타나고 북극에는 여름에 하루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나타난다. 그 때 남극은 겨울로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 현상이 생긴다.

또한 지구의 공전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궤도를 그리고 있고, 타원궤도의 납작한 정도인 이심률도 주기적으로 변하고 있어 태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인 원일점과 가장 가까운 위치인 근일점 중 어디에서 어떤 계절이 형성되는지에 따라 기온의 연교차가 달라지게 된다. 현재는 북반구가 여름철일 때 원일점 근처를, 겨울철일 때 근일점 근처를 지구가 공전하고 있으므로 다른 조건들이 같다면 상대적으로 기온의 연교차가 작은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지구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으므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팽이처럼 축 자체가 주기적으로 회전을 하는 세차운동이 일어나고 있어 약 1만3000년 후에는 근일점에서 우리나라 계절이 여름철이 되어 지금보다 더 기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구의 자전축의 기울기도 4만1000년을 주기로 21.5°~24.5° 시이에서 변화가 일어나며 이로 인해 태양의 남중 고도가 달라지게된다.

최근에 와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로 인한 온실 효과 등으로 계절은 매년 반복되지만 기후는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변하고 있다.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는 것은 사람이 철이 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농사를 짓고 살던 때에는 계절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계절에 맞추어 할 일들을 놓치면 일 년 농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철철이 절기마다 할 일을 해야 가족을 부양할 수 있었다. 요즘의 우리는 농업을 근간으로 생활했던 과거에 중요했던 계절의 절기에 대한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농업을 근간으로 생활하지는 않지만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주변을 두루 살필 줄 알며 하고 싶은 것보다 책임을 지고 해야 하는 일을 우선으로 하는 철 든 사람이면 좋겠다.

용인고 과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