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1년 6개월간 부산 지역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2만6400여 가구가 임대료나 관리비를 한번 이상 미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부산도시공사 자료를 보면 LH가 1만9000여 가구, 도시공사는 7400여 가구가 이에 해당한다. 부산 지역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를 8만여 가구로 볼 때 세집당 한집꼴이다. 공공임대주택 미납건수는 2018년과 2019년에도 소폭 증가하기는 했지만 코로나가 본격 유행한 작년엔 전년도에 비해 73%나 늘어났다. 특히 도시공사 관리비 체납률은 2019년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이런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는 대부분 사회 취약계층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에 대해 보다 두터운 지원책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공공임대주택에서 미납이나 연체건수가 최근 들어 폭증한 현상을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같은 재앙이 취약계층에 더 가혹하다는 증거는 여러 통계를 통해 제시된다. 우선 통계청 분석에서 올 1분기 가계소득 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소득이 91만 원으로 이전보다 약 10% 증가하기는 했다. 그러나 증가분 대부분이 정부가 지원하는 공적이전소득이고, 자신이 일해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1분위 가구 중 미근로 가구는 약 9% 늘었고 근로 가구의 소득은 약 16% 줄었다고 나온다. 일자리를 완전히 잃었거나 일을 하더라도 임금이 삭감된 결과다. 그러니 주거비를 감당 못하는 가구 또한 늘 수밖에 없다.

부산에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대략 16만 여 가구로 집계된다. 이들 중 LH나 도시공사 같은 공공기관의 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되고, 나머지는 민간 주택에 전월세로 들어가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자가 민간에 비해 임대료나 관리비 측면에서 조금 유리하다 해도 미납기간이 길거나 내지 못하면 결국 퇴거조치될 수밖에 없다. 실제 LH 임대주택의 경우 코로나 이후 퇴거 조치된 가구가 전국적으로100여 가구에 달한다. 그렇다고 코너에 몰린 상황이 민간 거주자라고 나을 건 없다.

부동산과 증시 활황 등에 힘입은 세수 증가로 상반기에 더 걷힌 세금만 43조 원 이상이다. 현재 정부가 전국민 대상으로 지급을 추진 중인 2차 재난지원금은 지급액수와 지급대상에 따라 전체 소요 예산 규모가 12조~15조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 1차 지원 때 억대 고소득자들이 공돈 생긴 기념으로 성형외과나 피부과에 들르거나 외제차 주유하는 데 쓴 돈이 대충 잡아도 조 단위이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닐진대 당장 주거 불안에 떠는 이들을 위해 우선적으로 곳간을 푸는 게 맞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주거 취약계층에게 일시적으로나마 임대료나 관리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