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강산이 세 번 변한다는 시간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그 변화는 한 자리 숫자로 셀 수 없을 만큼 빠르다. 그러면 91년, 지방의회 구성을 시작으로 30년 만에 부활되어 올 해 만 30년이 된 지방자치의 변화는 어떤가. 제대로 된 범위와 내용으로, 제 속도로 변화해왔는가. 스스로 다스린다는 ‘자치’는 서른 살에 걸맞게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변했는가. 일단 ‘자치’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저의 이름은 ‘지방자치’, 그냥 ‘자치’라고 부릅니다. 이제 만 서른 살이 되었습니다. 아직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고요, 부모님이 들어오라는 시간에 귀가하고 심부름도 잘 하고요, 직장은 다니고 있습니다만 불안정해서 부모님에게 손을 많이 벌리고 있고요. 제 집 사서 결혼도 하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독립한다는 건 아직 먼 세상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많이 갑갑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제 형편이 그러니… 부모님 그늘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게 미안하고 부끄럽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버틸 수밖에요.”

어른으로 성장해서 자립하려면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이다. 사회적 독립은 스스로 일정한 가치 아래 인생을 살아나가고 자율적인 생활규칙을 바탕으로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경제적 독립은 스스로 사회생활을 해나가기 위해 적정한 수입이 있고 효율적인 지출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자치’의 고백은 안타깝고 서글프다.

우리의 지방자치를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는 위의 비유가 바로 지금, 여기의 현실이다. 지역은 지역 조건에 맞고,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스스로의 규정을 만드는데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9일 개정되어 내년 1월 13일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28조는 여전히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로 개정 전과 같다. 조례는 법률만이 아니라 대통령령 등 각 종 시행령보다 하위의 종속관계에 있다.

해양수도 부산이 해양부시장을 둘 수 있는 조례를 만들 수 없다. 인구 800만 명 이상은 3명, 그 외 광역시, 도는 2명의 부단체장을 두도록 법령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정은 어떤가. 지출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60:40인데, 수입은 국세와 지방세 76.4:23.6(2019년 결산 기준)의 비율이다. 더 적게 지출하는 중앙정부가 훨씬 더 많은 돈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방정부는 을의 입장에서 늘 손을 벌려야 한다. 거기에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가 사업범위를 정해서 주는 일명 ‘꼬리표 예산’이고, 국비에 맞추어 지방비를 부담해야 한다.

지역이 스스로 계획하고 추진하는 창의적 사업은 장벽에 부딪히고 해마다 모든 지역이 일단 많은 보조금을 가져오고 보자는 식으로 제로섬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중앙집권을 지방분권으로 혁신하지 않고는 지방자치는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 건립이 발표되었다. 국민 접근성이 강조되었다. 코로나19의 재난시대, 11.8% 면적에 50%가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권을 분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절체절명의 과제가 아닌가.

KT 남자농구단도 부산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버렸다. 축구 농구 야구 배구의 4대 프로스포츠 구단 61개 중 31개, 51%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정치 행정 경제는 물론, 문화예술 스포츠까지도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지방자치는 특정 지역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들이 특성적이고 창의적인 균형발전을 위해 협력 경쟁 조율하면서 발전하는 제도다. 지방자치는 집권과 집중에서 분권과 분산이라는 국가운영 체계의 탈바꿈 없이 운영될 수 없다.

자율과 자립보다는 타율과 종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 어머니의 배주머니 속에서 6 ~ 12개월 정도 양육되는 ‘캥거루’에 비유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서른이 된 우리의 지방자치를 여전한 ‘캥거루 자치’에서 벗어나도록 또 다시 허리끈을 졸라매야 할 때다.

지방분권전국회의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