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국적선사인 HMM의 노사가 임단협에서 좀처럼 접점을 못찾고 있다. 쟁점은 역시 임금인상률이다. 노조는 경영성과가 컸으니 연봉의 25%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측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하의 반짝 실적이라며 5.5% 인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사 이견이 20%포인트 가깝다. 노조는 협상에 더이상의 진전이 없으면 육상노조와 선원노조가 각자 파업권을 얻어 공동 파업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실행되면 HMM은 물론이고 안 그래도 해상 운임 인상과 선복량 부족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까지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관련업계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대폭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회사의 영업이익이 작년 1조 원을 시작으로 올해도 1, 2분기 모두 시장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HMM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적자에 빠져 대주주 교체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임금은 2011년부터 8년 연속 동결 상태였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감수해야 했던 시련이다. 해운경기 회복에 의한 과실이 그동안 고통을 분담한 직원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야 하고, 현재 임금 수준이 동종업계에 비해 낮아 지속적으로 인력 유출이 이뤄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HMM이 불과 4, 5년전까지만 해도 존속 가능성을 의심받는 회사였다는 사실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 경쟁력이 사라지는 순간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 같은 대기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금 HMM 회생의 바탕에는 3조 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세워 초대형 선박을 대거 발주해 지원한 정부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깔려있다. 이것 모두가 국민 세금이다. 회사에는 장기간의 경영난에 따른 누적 결손과 부채도 아직 수조원이나 쌓여있다. 노조는 경영정상화가 달성될 때까지 임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던 채권단과의 약속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공적자금으로 살아난 회사가 도덕적 해이에 빠지지는 않는지 전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코로나 특수 등으로 수출액이 한국 무역 역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증가하고 있으나 부산을 비롯한 국내 수출 기업 상당수는 마냥 웃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품을 실어나를 선박이 부족하고 해상 운임이 폭등하는 이중고 때문이다. HMM이 파업마저 하게 되면 물류 대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간만에 불어온 경제 활성화 훈풍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만다. 지금은 노사 모두 조금씩의 양보가 필요하다. HMM이 궁극적으로 공적 관리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도 그렇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정부 역시 노사 문제라는 이유로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양측을 설득해 파국을 막는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