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제도를 활용하는 비율이 직업군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조사 결과 사용빈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대기업 종사자와 공무원이었다. 대기업은 여성 대상자의 24.1%, 공무원은 이보다 높은 24.8%가 육아휴직을 이용했다. 그에 비해 중소기업은 이들의 절반 수준인 12.4%에 그쳤다. 소상공인은 6.2%에 불과했다. 남성 육아휴직 차이는 더 컸다. 공무원은 4.3%, 대기업은 2.4%인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각각 1.1%였다. 공무원의 육아휴직률이 중소기업에 비해 여성은 2배, 남성은 4배나 된다.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비정규직과의 격차는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중소기업 종사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저조한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안 그래도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직장 여건상 회사 뿐 아니라 동료들을 의식해서라도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고 육아휴직에 따른 유무형의 불이익이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 신분을 법으로 보호받는 공직 사회나 경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고 노조가 강한 대기업에서 워라벨(일과 생활의 조화)을 추구할 수 있는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특히 공무원 육아휴직 비율이 민간의 10배 이상이라는 국회 분석자료가 있을 만큼 공공 영역에서는 이미 제도가 안착돼 있다.

육아휴직 제도는 34년 전 도입된 이래 꾸준히 개선돼왔다. 여전히 다른 선진국 수준에 못 미친다고는 하지만 기간과 수당이 늘어나고 직장 내 불이익에 대한 법적 제재 강도가 높아진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혜택을 국민 상당수가 누리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국내 직장인 비율은 중소기업이 기업 숫자로는 99%, 종사자 숫자로는 83%를 점한다. 근로자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샐러리맨들은 엄마든 아빠든 육아휴직계 내기를 지금도 망설인다.

국가가 시행하는 복지제도를 공무원이나 공기업 같은 공공에 보장해선 안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제도의 현장 적용이 공공에는 즉각적이고도 완벽에 가까운 반면 민간은 너무 느리고 때론 불충분하기까지 하다는 사실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래도 민간에 비해 공공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는 참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이 세금을 쓰는 공무원보다 그 처우나 복리후생이 확연히 열등한 상태여서야 국가가 제대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다.

저출산 문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지상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15년간 수백조 원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은 반전의 기미가 없다. 근로자가 일하는 직장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공이든 민간이든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저출산 난제를 푸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비용 부담이나 인력난 때문에 육아휴직 실행이 불가능하거나 불완전한 중소영세기업에 대해 정부는 보다 세밀하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