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다리라는 건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소통과 교류를 늘리는 데 큰 구실을 해왔다. 바다든 강이든 가리지 않고 다리는 양 지역 사람들의 접촉을 늘리고 교류를 확대하는 뒷받침이 됐다. 다리가 놓이면서 양 지역의 교류가 더 촉진되기도 하고 반대로 관계가 소원한 두 지역 사이에는 다리가 놓일 일이 없기도 하다. 그만큼 다리란 게 인적 경제적 교류의 큰 매개 수단이 된다.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는 수천을 헤아리는 섬이 있는데 특히 전남을 중심으로 1990년 중반 이후 하루가 다르게 섬과 섬이, 섬과 육지가 연결된다.
섬이 육지와 연결된다면 연결 전후 섬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섬 주민으로서는 기상과 관계없이 언제든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되면서 이전과 다른 건강과 문화 혜택을 누리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삶의 질이 향상된다. 또 섬으로 유입되는 관광객 숫자가 증가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5월 경남 거제시 연초면에서 끝나는 국도 5호선이 바다를 건너 미륵도로 더 잘 알려진 통영시 도남동까지 연장하는 것이 결정됐다. 2개의 다리를 포함한 이 도로가 완공되면 통영 도남동에서 섬과 섬을 거쳐 거제로, 또 거제에서 해상교를 건너 창원으로 가는 환형 도로망이 구축된다. 지역 균형 발전뿐만 아니라 관광 분야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되리라 기대를 모은다. 배로만 육지로 나갈 수 있던 한산도와 추봉도 주민의 반가움은 두말할 것도 없다.
이미 3개의 다리로 육지와 연결된 남해군에서는 오래전부터 여수를 잇는 해저터널을 추진한다. 거가대교와 유사한 침매터널 교량이 놓이면 전남과 바로 연결되면서 여수와 남해를 오가는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남해군은 군민이 멀지 않은 여수의 KTX역과 공항을 이용할 수 있게 돼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두 지역을 하나로 묶는 관광산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운다.
교량 개통으로 얻는 효과는 앞서 새롭게 교량으로 육지와 연결된 지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19년 4월 개통해 전남 서남권의 랜드마크가 된 신안군의 천사대교는 섬 주민의 편의 확대와 경제 활성화를 이끈 사례로 손꼽힌다. 천사대교를 통해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자은도 주민이 뭍으로 나가는 이동 시간을 줄이며 생활권을 확대하게 됐다. 경제적 효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전남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목포를 중심으로 신안군은 물론 인근 무안군과 진도군 등에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등 공신이 됐다. 개통 후 1년 동안 천사대교를 이용한 차량이 700만 대에 달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전국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통계’를 보면 신안군을 찾은 관광객은 천사대교 개통으로 전년 대비 113％가 증가했다.
그야말로 천사대교가 지역 주민의 삶과 관광에 ‘천사의 빛’이 되어준 셈이다. 하지만 빛의 이면에는 당연하게도 그림자가 있다. 섬이 육지가 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땅값은 껑충 뛰고 주차난에 도로 정체, 쓰레기 증가 같은 문제가 해마다 가중된다. 교통이 편리해지며 체류형 관광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빚기도 한다. 관광의 부가가치가 낮아지는 것이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며 자연훼손 우려도 커진다.
무엇보다 섬 주민이 지켜온 고유의 문화와 공동체 의식이 차츰 사라지고 육지를 닮아간다는 문제가 두드러진다. 지자체는 흔히 관광객이 얼마나 늘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효과가 얼마일지 숫자를 우선 따진다. 그 이면에 많은 사람과 돈이 오가는 사이 그 땅에 뿌리박고 살아온 원주민의 삶의 질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한산도와 남해도의 경우가 전남의 섬들과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와 땅값 상승, 외지인의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는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육지와의 교류로 얻는 이득이 늘어나는 만큼 그로 인해 잃는 것도 많아진다. 연륙교 대신 섬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때 묻지 않은 청정 자연 이미지를 지켜 해마다 4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을 부르는 전남 여수 금오도를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부국장 겸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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