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이번주부터 서부산에 있는 제2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부산 사상구 덕포동에 자리한 부산도서관 3층 회의실을 개조해 만든 집무실이다. 부산시장이 본청 외에 별도의 공식 사무실을 두기는 처음이다. 박 시장은 격주로 출근해 주요 간부회의를 열고 현장도 챙긴다는 계획이다. 에코델타시티 사상공단재생 가덕신공항 등 각종 현안이 산재한 서부산에서의 밀착행정으로 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동서 균형발전에 초석을 놓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해운대 수영으로 대표되는 동부산권과 원도심으로 대표되는 서부산권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지 30여년이 돼간다. 하지만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공공이나 민간기관의 자료를 보면 교통 문화 복지 등 거의 모든 기반시설의 양적 질적 수준이 동부산권에서 우월하다. 아무 선입견이 없는 외국인조차 해운대와 사하의 거리에서 확연하게 다른 느낌을 받을 정도다. 기본적인 인프라만 그런 게 아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차이가 난다.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하게 마련인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부터 지역별로 다르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도 동쪽보다 서쪽이 훨씬 높다. 심지어 청년들의 취업률이나 임금 역시 동부산보다 서부산이 낮다는 분석이 있다. 거주하는 동네가 어디냐에 따라 같은 부산 시민이라도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괴감을 토로하는 이가 있다. 이 모든 상황을 대변하는 가장 적나라한 지표가 천양지차로 벌어진 양쪽의 집값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야기할 때 늘 화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별 해소였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부산 내에도 심각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동부산권에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에 그곳에 더 넓은 도로, 더 편리한 교통시설, 더 좋은 문화시설을 넣는 행태는 수도권 몰아주기 때와 같은 논리에서 비판 대상이다. 있는 곳에 더 집중하고 없는 곳을 더 소외시키는 양극화는 도시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 국토 뿐 아니라 도시도 균형발전이 이뤄져야 쇠퇴를 막을 수 있다. 가용자원을 고루 분배해 곳곳에 사람이 모여들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동안 부산시장이나 지역 정치인들이 동서 격차 해소를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인 건 사실이다. 서병수 시장이나 오거돈 시장 때도 서부산 발전에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사하구 신평동에 곧 들어설 서부산의료원이나 사상구 학장동에 세워질 서부산행정복합타운 등이 모두 그런 결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가시적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쇠락한 서부산권의 현 상황은 중앙대로를 따라 중구 서구 사하구 사상구 일대를 한번만이라도 둘러보면 알 수 있다. 부산을 흔히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라고 한다. 부산이 골고루 발전하면 그들을 붙잡아둘 꼬투리가 뭐라도 생긴다.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더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