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정치권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 현황 및 형성 과정이 내년 지방선거의 ‘뇌관’으로 급부상했다. 지역 여야가 ‘부동산 비리 조사’에 응하지 않는 전·현직 선출직 공직자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당 차원에서 논의해왔고 아직 완전 합의는 이루지 못한 상태긴 하다. 국민의힘 시당 지도부 교체기를 맞아 일시 중단된 까닭이다. 그러나 후속 논의를 외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LH 직원 투기 사태로 공직자 신뢰도가 떨어진 터라 거부했다가는 정치적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박재호 시당위원장이 앞장선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인 반면 국민의힘은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그래도 시민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임에 분명하다.

지역 정치권이 ‘지방선거 공천 배제 카드’라는 초강수까지 꺼낸 데는 부산 공직자 부동산 비리조사 특별위원회(특위)가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앞서 여야와 부산시는 ‘4·7 보궐선거’ 직전 LH 사태가 터지자 3자 합동 조사 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지난 5월 말 공식 출범시켰다. 문제는 무더기 조사 거부 사태였다. 지난달 말까지 정보제공동의서를 제출한 전직 선출직 공직자는 총 대상자 199명 중 37%인 74명에 그쳤다. 민주당은 22명 중 10명, 국민의힘은 177명 중 64명이 동의서를 제출했다. 제출 대상은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선출된 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이다.

두 차례 마감 시한 연장에도 불구하고 ‘전직들’의 접수 거부가 이어지자 결국 특위가 나섰다. 각 정당에 거부자 명단 공개와 공천 배제를 요청했고, 관련 논의도 급진전됐다. 공천 배제 방안 합의가 이뤄지면 내년 부산 정치권에는 한 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대상자 가운데 무려 64%인 113명이 제출을 거부한 국민의힘 측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여당 미제출자 12명은 내년 출마 의사가 없는 반면 국민의힘 미제출자 상당수는 출마를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질과 능력이 아닌, 부동산 기준 공천은 부당하다”는 야당 거부자들의 반론도 없지 않지만, 시민 정서와는 괴리감이 커 보인다.

이제 관심은 국민의힘의 선택에 쏠린다. 특히 백종헌 시당위원장의 통 큰 리더십이 필요하다. 당내 반발을 두려워 말고 시민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만일 합의를 거부한다면 시민의 눈에는 떳떳하지 못하고 숨길 것이 많아서 그런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서민의 고통을 외면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은 정치적으로도 큰 타격이다. 정보동의 거부자들 역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사유재산인 부동산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시민의 대표가 되려는 욕심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 여야는 이번 사안에 합의함으로써 정치권 ‘환골탈태’의 기회로 삼고, 나아가 전국으로 확산시킬 필요도 있다. 이야 말로 부산발 지방정치 개혁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구린 데가 많은 이가 숨기려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