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 서울 가서 공부하면 안 될까요?” / “그 실력으로 어딜 간다 말이고. 마 부산에 있어라.” / “친구들도 다 서울 가는데 ….” / “네가 큰 놈이 돼가지고 너 밑에 동생들은 우짤건데. 아이고, 참 ….”

수십 년 전 대입 학력고사 이후 원서 접수 시점에 아버지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부모님은 자영업을 하시느라 최소한의 대학 입학 사정 기준도 알기 어려웠고, 맏아들이라 누가 진로에 대한 상담이나 조언도 없었기에 스스로 해야만 했다. 대학교의 커트라인 역대 통계만 가지고.

가부장적인 시대에 예민한 고3 시절 아버지와 그 만큼 대화한 것도 어찌 보면 다행인지 모른다. 주위에 형, 누나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세월이 좀 지난 뒤에서야, 지금보다는 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진로설정이 되지 않았을까?

며칠 전 신문에서 ‘사브르 사부님’이란 제목의 이효근 전 동의대 펜싱부 감독 기사(국제신문 지난 3일 자 22면 보도)를 읽었다. 현재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 있지만 올림픽현장에서 들려오는 제자들의 기쁨의 환호에 감독 또한 희열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날 종일 사부와 멘토를 생각했다. 사부는 가르침으로 깨달음을 주는 스승이다. 스승을 높여 부르는 말로서, 주로 무술에서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멘토(mentor)는 고대 그리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나가면서 자신의 어린 아들을 친구인 멘토에게 맡겨, 자상한 선생님이자 훌륭한 조언자로서 아들을 제왕으로 훈련시킨 일에서 유래했다. 스승과 큰 차별 점은 없어 보이나 티칭(teaching)이나 컨설팅(consulting)보다 결정 관여도가 낮다고 한다. 이후 사람을 훌륭하게 조련하는 사람을 멘토로 부르게 됐다. 즉 조력자인 것이다.

현재 조직사회에서 멘토는 교육적 개념으로 통용된다. 나아가 ‘멘토링’은 경험 많은 선배가 후배들을 지도하고 조언하는 활동이다. 기본적으로 풍부한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필자는 현재가 있기까지 여러 멘토가 있었지만 세 분이 기억에 남는다. 한 분은 졸업 후 첫 직장에서, 한 분은 현재의 직종에서. 또 한 분은 사회에서 만난 분이다.

첫 번째 멘토는 정직한 성격으로 마음이 곧은 분이었다. 필자에게 항상 칭찬하면서 동기를 부여해 조직을 이끌었다. 또한 고객 중심적 사고 방식을 강조했다. 두 번째 분은 인성이 고우면서도 매사 노력하는 멘토였다. 또한 ‘불광불급’을 항상 외치던 분이었다. 세 번째 분은 시크릿의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직장에서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무엇을 강조하고 어떻게 도와야 할지 항상 고민한다. 업무 매뉴얼대로라면 자기·동료·고객·경영관리 등에 대해 각 사항에 맞는 우수사례를 들어 교육하고 훈련시키고 동기부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아가 조직이 지향할 방향을 보여주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것이 멘토 역할이다.

경험을 토대로 멘티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끔 돕고자 하는 동시에 사람 사는 세상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스스로 속도를 늦추고 내려놓음으로써 인간성을 회복하고 싶다. 둘째,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비전을 가지면서 상호관계에 만전을 기울여야 할 듯하다. 마지막으로 동료들을 관리의 대상이 아닌 내부고객으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의 만족이 고객만족, 나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직 멘토와 멘티가 없다면, 멘토는 멘티를, 멘티는 멘토를 적극적으로 찾아 좋은 관계를 형성함은 어떨까? 그럴 때 우리 삶이 더욱 윤택해지지 않을까?

필자는 이미 본 영화는 내용이 기억이 흐릿해도 두 번 다시 보지 않는데, 오늘 저녁에는 숀 교수(로빈 윌리엄스 분)와 윌(맷 데이먼 분)이 나온 영화 ‘굿 윌 헌팅’이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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