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국면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이 잇따라 정부부처 개편에 대한 운을 떼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은 정권교체기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주제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주택부와 교통부의 분리 설립, 미래전략데이터처 신설 등을 주장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식재산처를 내세웠고, 지역균형발전을 줄곧 강조해온 김두관 의원은 국가체제를 ‘5극 2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작은 정부’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의 여성가족부 폐지 발언이 나오자 이준석 대표가 통일부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선에서 정부조직 개편 문제가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밖에도 디지털혁신부, 지역부총리제, 미디어부, 균형발전처 등의 신설과 기획재정부의 분할 등도 나오고 있다.

이에 각 부처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폐지의 트라우마가 있는 부처로서는 다시 초긴장 상황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와 같은 대선 가도의 논의에서 ‘해양’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대선주자 캠프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아직까지는 해양수산부의 존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코 낙관적이지는 않다. 문제는 ‘해양강국’에 대한 논의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해양강국이란 무엇인가. 해양강국을 통해 미래산업을 선도하고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을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제시된 논리는 해양통합론이고, 조선과 물류는 물론 기후까지도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선은 꿈쩍도 하지 않고, 기후는 이미 물 건너간 듯하다. 물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해양수산부 안을 들여다보면 셈법이 더욱 복잡하다. 노무현 정부 말에 제기된 ‘수산독립설’이 다시 재연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플러스섬은커녕 마이너스섬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조직 개편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와 관료사회의 ‘자기 생존력’이 워낙 강한 데다, 이를 다루는 정치권의 태도와 각오가 정부와 관료사회의 군기를 잡는 정치적 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정답도 없다. 다양한 이론과 논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고 선도하고, 시장에서 잘하지 못하는 것을 하도록 정부를 개편해야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또한 지역불균형이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역에 대한 강력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해양수산부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해양강국을 육성하는 것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에서 에너지 자원 기후 물류 식량 레저와 휴양 등의 키워드가 모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능별로 쪼개 놓는 것보다는 통합하는 것이 미래사회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국토해양부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해양이 주택, 교통 등과 함께 하면 자연스럽게 정책의 후순위로 밀리게 되어 있다.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부동산 문제에 남극 북극 태평양 망간단괴 등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다. 농수산 문제로 보면 수산은 한참 막내 동생 취급을 받게 된다. 해양수산 이슈가 시장에서 잘 해결될 수 없고, 일반 국민도 피부로 접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해양수산 분야가 모두 지역에 밀접하다는 점에서도 해양수산부 존속의 논리가 있다. 어촌과 항만은 모두 지역이라는 현장에 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시동을 걸었던 ‘어촌뉴딜 300’처럼 해양수산을 통한 지역 살리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조직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확대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미래형 조직으로 대폭 변화해야 한다. 문성혁 장관 들어 강조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형 해양수산 기술개발과 국제화는 이런 점에서 정확한 방향이다. 잘 설정된 방향에 따라 현실적인 정책 집행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과제다. 또한 시장에서 잘 하지 못하는 공적 영역의 분야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설립 같은 것이 좋은 예다. 코로나19가 예기치 않게 불러온 해상물류 대란에 대해 우리나라가 모범적으로 잘 대응한 것도 해양금융 전문기관의 신설에 기인한 바 크다.

지역의 발전을 가져오기 위한 인식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부산항만공사(BPA) 등 항만공사에 대해서도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 항만공사가 항만과 관련한 각종 기본계획과 항만개발, 재원조달 등에 대한 자율성이 없어 항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촌과 수산도 더 이상 ‘홀대론’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나라가 해양국가로 가는 적극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해양강국 선언을 통해 국가진로에 대한 대전환이 필요하다. 내년에 새 정부가 출범할 때 부산 등의 해양인들이 활짝 웃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평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