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향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정작 백신 접종 부작용 대응은 턱없이 미흡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아들 살려달라” “정부를 믿는 국민에게 더이상 억울한 사례가 없길 원한다” 등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청원이 이어진다. 평소 건강했던 사람을 백신 접종 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고통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정부는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이 낮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백신 부작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정부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고도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겪는 이들이 겹고통을 겪는 실정이다.

정부는 추석 연휴에 앞서 전 국민의 70%인 36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또다른 대유행을 유발하는 악재가 되는 걸 막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 70% 이상의 2차 접종 완료에 맞춰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는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하려는 논의는 상당히 무르익고 있다. 이를 위해선 백신의 안정적 수급과 함께 국민이 자발적으로 백신을 맞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백신 부작용 최소화와 부작용을 겪는 사람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정은 그와 정반대다.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상반응 신고 건수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우리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 이후 이상반응 의심 누적 사례는 20만 건에 육박한다. 물론 이들 사례에서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제대로 가려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인과성을 인정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럽다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기준 백신 이상반응 신고 사례 가운데 인과성 조사를 완료한 것은 1983건이며 11.5%인 229건만 인과성을 인정받았다. 백신 부작용을 겪음에도 제대로 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 등에 따른 피해의 보상요건 완화와 인과성 인정에 앞선 우선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감염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들 법안은 질병관리청장이 인과성이 없음을 증명할 수 없으면 보상하거나, 인과성이 불명확하면 신고대상자에게 유리하도록 조사 및 보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덜고 백신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를 감싸안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마저도 인과성 입증 책임과 기존 제도 활용 등을 방패막이로 삼은 ‘원론적 입장’이란 정부 등의 완강한 반대에 제자리걸음이다. 백신 부작용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의 핵심은 “국민에게 백신 맞으라고 독려하던 정부가 부작용을 호소하는 국민을 외면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고통이 분노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시급히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