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사이에서 흘러나온 엇갈린 메시지는 영 마뜩잖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6개월 남았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그때 치러진다. 구체적인 실행 일정을 내놔도 시원찮을 판에 로드맵을 두고 당정이 엇박자를 노출했다. 게다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전 시기를 못 박지 않은 채 이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정의 불협화음이 볼썽사납다. 민주당 원내대표 연설은 선거를 앞두고 표 구하기에 마음만 앞선 듯한 립서비스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국정과제에 포함하면서 지방분권 강화 및 균형발전을 다짐했던 문 정부 출범 당시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 김사열 위원장과 김부겸 국무총리의 결이 다른 발언은 결국 이 정부 임기 내에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확인한 것과 다름 없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청와대에 공공기관 2차 이전 관련 로드맵을 이미 보고했는데 정무적 판단으로 미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런데 김 총리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균형발전위원회가 초안을 잡고 있다”고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도대체 청와대로 보냈다는 로드맵은 어디 갔으며, 또 정무적 판단이란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총리 발언은 사실상 차기 정부로 공공기관 이전 과제를 넘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 등 각 지역 핵심사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난 8일 국회 연설은 지난해 4월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총선이 끝나면 공공기관 지방이전 시즌2를 하겠다”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4·15 총선 직전이었다. 공공기관 이전 카드로 표심을 잡으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바로 그 다음날 청와대가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사회적 의견 수렴을 통해 신중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공기관 이전을 선거에 활용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긴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집권 여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는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이 이 정부 임기 내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솔직하게 밝힌 뒤 그 사유를 설명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도리다. 그에 앞서 국민에 대한 공약을 그야말로 허언으로 만든 책임을 통절히 반성하기를 촉구한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을 기대했던 많은 국민에게 희망고문을 안긴 책임이 각자의 권한만큼 있는 것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은 지방소멸이란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지방소멸 대응 대책 수립 연구용역’ 중간보고서는 부산 경남만 하더라도 11곳을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꼽았다. 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2차 이전이 그만큼 절박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